와 오늘 되게 기분이 이상하다.
붕붕 떠있는 것도 같고. 축축 가라앉는 것도 같다.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내려갔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번학기부터는 한달에 한번꼴로 내려갔다.
아빠는, 이제 또 언제 올거야? 물으셨다.
부사가 묘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며 '섭섭함'이라는 의도를 강하게 뒷받침했다.
글쎄, 방학해도 일을 거의 서울에서 하고 오래 집에 내려와 있기 어려워요.
나는 퉁명스러움과 미안함의 중간쯤으로 목소리톤을 조절해서 대답했다.
마음이 딱 그랬다.
귀찮기도 했고, 귀찮은 마음이 드는게 미안하기도 했다.
집에 다녀온 날은 서울 방의 적막을 견디기가 힘들다.
잘 안보는 TV나 음악을 쉴새없이 틀어놓고 있느라 공부도 손에 안잡힌다.
잠을 자고 싶지도 않아서 버티고 뒤척이다가 어렵게 잠이 든다.
왜 이렇게 불안해지는지 모르겠다.
초보 자취 시절에 집에 내려갔다 오면 느껴지는 그런 쓸쓸함이랑은 또 다르다.
그 집에 사는 동안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 사이의 틈이 꽤 벌어져 있다.
여기 작은 방에 사는 나는 많이 안정되었고
거기 작은 방에는 예전 기억과 물건들이 잔뜩있다.
아마 그것들이 나를 조금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돌아와서 나는 괜히 심각해지고 공부 이외의 것을 하고 싶어 진다.
그것을 매주 반복하는 것이 나는 쉽지 않았다.
날씨가 엄청나게 춥다. 문을 열었더니 머리가 시원해지는 냄새가 난다.
내일 발표를 마치면 방학이다.
발표준비는 결국 손도 대지 못했다.
그런건 평소 실력으로 하는 거라고...에라 모르겠다.
찬바람이 나를 조금 가볍게 만드는 것 같다.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