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뭔가 혼자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쌍이 아닌 사람끼리라도 뭔가 뭉쳐있어야 사람스럽지 않나 하고
진지하게든 가볍게든 생각하게되는 것 같다. 나도 뭔가 이유없이 설레었더랬다.
근데 나는 연말연시 빨간날도 검은날처럼 보낸 적이 훨씬 더 많고,
가만 생각해보면 말로는 뭐라뭐라 사람들 따라서 떠들었지만
딱히 슬프거나 쓸쓸하거나 서럽거나 하지 않았다.
좀 허무하긴 했다.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처럼 한달전부터 야단법썩, 시끌벅적하지만 빨간날은 늘 검은날처럼 지나갔다.
올해는 유난히 여기저기서 더 난리다.
해가 갈수록 이런날은 더 혼자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지는가보다.
여기가자, 저기가자 하는 장단에 맞추다보니 12월은 여행의 계절이 되어버렸다.
바다에 가고, 조개를 굽고, 밤샘MT에, 춘천닭갈비에 밥볶다보면 12월은 다 지나간다.
나의 어머니병은 늘 그래왔듯 한계를 맞았다.
나는 아직도 이 짓거리를 반복하고 있다.
치이고 지치고 다 때려치고 꼴도보기 싫어진 학기말이 왔고
나는 조개고 닭갈비고 간에 방구석에서 3분카레나 돌려먹고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12월은 이제 예전만큼 설레지도 기대되지도 않다.
검은날처럼 지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고,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곳엔 언제나 틈이 생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기때문에 그 차이만큼의 공간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나는 남들도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
아니다. 나는 내가 남들처럼 생각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
나도 내일 아닌척, 못본척, 생각안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남이 하든 안하든 내 가치관을 지키며 손해본다는 생각을 떨치지도 못한다.
틈이 있다는 걸 알아도.. 화는 화대로 난다.
젠장-하고 터진 말문은 줄줄이 욕이되어 흘러나왔다.
남탓도 했다가 내 탓도 했다가 지난 한주를 참 맛없게 보냈다.
짜증으로 뒤범벅이 된 12월이다.
이와중에도 나는 내 탓하기 바쁘다.
나는 나를 잘 아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거라고...방구석에 앉아...생각중이다.
조개를 굽다보면 좀 기분이 말끔해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