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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시 모음> 정연복의 '들꽃 가족' 외
날짜
:
2015년 07월 10일 (금) 0:24:26 오전
조회
:
7677
<들꽃 시 모음> 정연복의 '들꽃 가족' 외
+ 들꽃 가족
아빠꽃과 엄마꽃
또 아가꽃일까
키가 들쭉날쭉한
들꽃 몇 송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환히 웃는다
함께 흔들리고
함께 웃는다.
참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는
들꽃 가족이다.
+ 들꽃 거울
눈부시게 빛나는 꽃을
쳐다보고 있으면
꽃의 모양과 색깔이
내 눈에 비칩니다.
은은히 소박한 들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의 모습과 빛깔이
들꽃에 비칩니다.
가슴속 깊이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드러납니다.
+ 들국화
삼월 목련처럼
눈부시지 않네
오뉴월 장미같이
화려하지 않네
가슴 설레는 봄과
가슴 불타는 여름 지나
가슴 여미는
서늘한 바람결 속
세상의 어느 길모퉁이
가만가만 피어
말없이 말하고
없는 듯 그 자리에 있는 꽃
찬 서리와 이슬 머금고
더욱 자기다운 꽃
한철 다소곳이 살다 지고서도
그리운 여운은 남는
인생의 누님 같고
어머님 같은 꽃
+ 들꽃 사랑
세상의 작은 모퉁이에서
조용히 피고 지는
한 송이 들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너를 바라보리
너의 모습 내 눈 가득 담으리.
눈부시지는 않아도
생명의 빛과 향기를 가진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를 사랑하리
오래도록 변함없이 사랑하리.
너와 더불어 진실하고
소박한 들꽃 사랑을 하며
나의 생도
한 송이 들꽃이 되리.
+ 장미와 들꽃
장미 덤불 속에
드문드문 들꽃도 피었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잠시 가만히 귀기울이니
장미와 들꽃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눕니다.
부러운 눈빛으로 들꽃이
장미를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너는 어쩜 이리도 예쁘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구나.'
장미가 손사래를 치며
들꽃에게 속내를 드러냅니다
'나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네 은은한 어여쁨만 못하지'
남의 아름다움을 시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칭찬해 주는
장미와 들꽃 둘 모두
한층 더 예쁘게 느껴집니다.
+ 이름 없는 들꽃 한 송이로
어느 작은 섬 마을
이름 없는 선생이 되고 싶었지
쪽빛 바다같이 맑은 영혼의
어린아이들과 함께
푸른 하늘 올려다보며
그냥 동심(童心)으로 살았으면 했지.
누구라도 사람은 섬같이 작고
외로운 존재!
세상에 이름 떨치고픈
욕심은 참 허망한 것
이름 없는 들꽃 한 송이로
살다 가면 그뿐인 것을.
이제는 아스라이 멀어진 듯
아직도 맘속 살아 있는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했던
내 젊은 날의
그리운 꿈.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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