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 모음> 정연복의 '시간의 기도' 외
+ 시간의 기도
하루가 무척 긴 것 같아도
86,400초밖에 안 됩니다
바람같이 스쳐 지나가는
일분 일초를 보물로 여기게 하소서
+ 삶이 지루할 때의 기도
내 목숨이 딱 하루밖에 안 남았다면
지루할 틈이 어디 있겠어요
오늘 하루를
마치 최후의 날처럼 살게 하소서
+ 계절의 기도
사계절 돌고 도는
자연의 섭리가 놀랍습니다
오고가는 계절 따라
내 생의 풍경도 다채롭게 하소서
+ 세월의 기도
한세상 사는 것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습니다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 속에
늘 알뜰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 찰나의 기도
사람들은 찰나에 마음의 감동을 받고
찰나에 사랑의 늪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정신이 맑게 깨어 있게 하소서
+ 영원의 기도
한순간 한순간이 쌓여
영원이라는 큰 시간이 됩니다
유한한 인간의 목숨이지만
매 순간 영원의 빛을 보게 하소서
+ 죽음을 생각하는 기도·1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가벼이 여기지도 않게 하소서
꽃같이 낙엽같이
죽음이 내 생의 완성이게 하소서
+ 죽음을 생각하는 기도·2
나 죽는 그 날에
편안히 눈감을 수 있게 하소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일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