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도서관도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들락거렸고,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찾으면 반납 기한이 당장 내일로 닥쳐올 때까지 몇 번이고 더 읽기도 했었어요.
더 좋은 글을 많이 접하고 싶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문사를 발견하고서 얼마나 들떴는지 몰라요.
수업 시간에 차오른 감성을 미흡한 실력으로나마 다듬어 시도 써보고,
가벼운 일상이나 무거운 속마음도 줄줄 써보고.
가슴 울리는 글들을 곱씹어보며 댓글도 달아보고,
엣헴! 하며 괜히 어깨를 으쓱이기도 해보고.(어휴!)
친구들이랑 과감하게 야자시간을 째고서 PC방을 갈 때도
종종 하자는 게임은 안 하고 문사 홈페이지를 살펴보기도 했고요.
생각해보니 기특하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지?
그러다 수능이 닥쳐와서 발걸음하지 않다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은근슬쩍 다녀갔었죠.
아마 13년도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 모든 추억들을 잊고 살았어요.
고등학생 때 도서관을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었고 왜 글을 쓰고 싶었는지까지도.
근 8년이란 시간 동안 이리저리 치여 사느라 전혀 떠올리질 못하다가
가입한 지 10년이 되는 해에 돌아와 추억을 되찾았네요.
사실 로그인부터 상당히 애를 먹었어요.
닉네임이나 아이디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비밀번호나 가입할 때 무슨 이메일을 썼는지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어찌저찌 기억해내서 로그인에 성공하니 소소하게 뿌듯하기도 해요.
참 신기한 곳이에요.
로그인을 시도할 때만 해도 정리하자! 라는 생각 뿐이었어요.
안 쓰던 블로그나 들어가지도 않던 카페, 오래 방치한 하드 드라이브의 파일들도 정리중이었거든요.
그 많은 어릴 적 흔적은 가차없이 정리했으면서
문사에 썼던 몇 없는 글이나 다른 분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돌아보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네요.
비록 비 오는 오늘 이불을 먼지나게 찰 것 같은 몇 개는 지워버렸지만요...
가입할 당시만 해도 어린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아직까지도 어리다 생각되지만 어느덧 28살의 성인이 되었답니다.
그 때 오랜만에 글 남긴다던 분들께서 이런 기분이셨을까,
새삼스러운 짐작도 하고 있어요.
방문하지 않던 사이 심적으로 힘겹던 시기도 지지대 삼아 건강히 딛어 일어섰고
조금? 아주 조금은?? 어른이 되지 않았나,
그리 여기다 한참은 멀었다고 반성도 하게 돼요.
한결같이 머무르며 저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가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일까요.
지금도 저는 어떤 형태로든 글을 계속해서 쓰고 있어요.
시시콜콜한 일기로,
쑥스러운 편지로,
단순한 문장메모로,
친구들과 함께 모으는 조각글로,
정말 어떤 형태로든요.
알게 모르게 제가 힘을 받았던 것처럼
언젠가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글을 쓰고 싶었고, 쓰고 싶어요.
제 추억을 오롯이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더욱 힘찬 걸음으로 주변사람들과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일교차도 심하고 꽃가루에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는데다
코로나 역시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질 않지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따금 문사에 글자 심으러 올게요.
또 뵈어요!
ps. 방명록의 답변도 오늘에서야 봤어요! 언제나와 같이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프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