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은 몇 년동안이나 콧수염을 길렀으나 이제는 면도를 해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색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었다.
'동료들이 뭐라고 할 까? 내 얼굴을 농담거리로 만들지는 않을 까?'
몇 달 동안이나 고민한 끝에 그는 용기를 내서 수염을 깎아 버렸다. 그러나 콧수염은 남겨 두었다.
다음날 그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면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새로운 얼굴'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심때가 되도록 그는 누구에게서든 얼굴에 대해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이야기를 꺼냈다.
"내 얼굴 어때?"
동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뭐?"
"달라진 것 없어?"
동료들이 그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 동안 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누군가가 손뼉을 딱 치며 말했다.
"그래, 콧수염을 길렀구나!"
우리는 자신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고, 너무 의식한나머지 모든 사람이 우리를 보고 있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도 우리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자신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또한 남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뜻도 된다.
니나의 예를 들어 보자. 그녀는 집에서 나갈 때마다 두 시간이나 걸려서 인형처럼 치장을 한다. 파란색 정장과 새틴으로 만든 원피스, 굽낮은 검은색 구두와 하얀색 샌들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목걸이 열한 개와 귀걸이 열일곱 쌍을 걸어 본 후에야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 어때?"
"예뻐."
"정말이야?"
"그래. 환상적이야."
"머리 모양이 너무 딱딱하지 않아?"
"아니, 완벽해."
"립스틱이 너무 어둡지 않아?"
"예뻐."
"나 정말로 괜찮아 보여?"
"정말로 예뻐."
차에 타기 직전에 니나는 다시 침실로 달려들어간다. 귀걸이를 바꾸기 위해서다.
그날 저녁 두세 번 그녀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린다(때로는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이기도 한다).
'진주 장식 단추를 달고 오는 건데.'
남편은 '그게 뭐 그리 큰 문제야'라고 말한다. 니나는 그 말에 상처를 입는다.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하면 집착이 되어 버린다.
니나의 예는 자부심이 낮아서 오히려 거꾸로 행동하는 경우다. 그녀는 친구를 사귀는 일보다는 남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는 데 더 관심이 많다.
니나의 세계는 구두, 옷, 보석을 고르는 취향, 그리고 그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남들이 그녀를 멀리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고 있거나 위기감을 느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그들은 그녀를 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지루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다.
나한테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은 너무나 흔하다.
브라이언은 코끝에 여드름이 난 것을 발견하고 일주일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남의 여드름 따위에 신경을 쓴단 말인가?
* 한 마디 더
즐겁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자기 자신이 농담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편안히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럼없이 자신을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즐거운 인생을 살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귀며, 위궤양에 걸릴 확률이 낮다.
우리가 너무 자신을 의식하면, 다른 사람들이 민망해한다. 그리고 결국은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친구가 돈보다 소중하다, 앤드류 매튜스, 김승욱 옮김, 생각의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