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방황이 끝나지 않았는데 가을이 문을
닫는다 무참히 낙엽은 져버리고 싸늘한 저
녁비에 함몰하는 도시 나는 어디로 가야 하
나 걸음을 멈추면 서늘하게 목덜미를 적시
는 겨울예감 새떼들이 떠나 버린 광장에는
맹목의 개들만 어슬렁거리고 있다 예술이
암장되고 희망도 유보된 시대 시계탑은 침
묵을 지키고 있다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갈
수록 눈물은 투명해진다 나는 투명해지는
눈물로 만들어진 한 마리 해파리 홀로 시간
의 바다를 표류한다 이제는 누구의 사랑도
믿지 않는다 오로지 독약 같은 외로움만 일
용할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