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플레시아꽃을 사랑한 바람 * / 안재동
설레면서, 하지만
너무 설레어 부푼 가슴
터지지 않도록.
뜨겁게, 하지만
너무 뜨거워 녹아버리거나
타버리지 않도록.
천천히, 하지만
이리저리 한 눈 팔다
늦어버리지 않도록.
하루 이틀 뒤가 아니라
한 서너 해쯤 뒤, 혹
저승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가다가 발이 부르트고
다리가 부러져서
기어 가게 되더라도.
만나면 반겨주지 않거나
기다리지 않았단 말
들을지라도 한사코.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고자 하고 죽고자 했던
라플레시아꽃을 사랑한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