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볕 아래 작은 명상 */ 안재동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가 참새를
순간적으로 아작내듯,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불볕이 만생萬生의 이마를
사정 없이 쪼아대는 8월초 어느 한낮.
넓은 공설운동장을 질주하며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시간, 누군가가
강제로 저리 하란다면
혼자 저 넓은 운동장을 달리라면,
그건 혹사요 고문이라며
죽기살기로 항의할 것이다.
누가 나를 지켜본다는 것.
내가 누구를 응원한다는 것.
너와 내가 함께 한다는 것.
무엇을 위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누가 누구를 이기고 싶다는 것.
때론 그런, 멈출 줄 모르고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저들이 빗물 같은 땀방울을 흘리고
한니발이 로마를,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치기 위해 알프스를 넘었고
인간이 문명과 도시를 발달시켰고
달나라를 정복했고 동물을 복제했고
수 세대가 흐른 뒤 언젠가엔,
저들과 똑 같이 생긴 사람들이
세상을 활보할 수 있게 될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