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과 희극 사이 * / 안재동
자신의 삶이
비극이란 늪 속을 허우적일 때
벗어날 길이 죽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릴케와 니체와 살로메와
나폴레옹과 링컨과 케네디는
알고 있을 것이다.
희극 속에서
행복의 콧노래 부르던 자들의
바로 그 희극의 끝은 어디던가.
희극이란 비극 반대편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종족이 아니라
함께 있는, 쌍둥이 같은 것이다.
희극과 비극의 경계엔 언제나
릴케와 니체와 살로메가 있고
비극과 희극의 경계엔 언제나
나폴레옹과 링컨과 케네디가 있다.
희극과 비극의 경계란 없다.
있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간단하게 무너지고
비극의 늪이 바로 희극의 세계
그 자체임을
릴케와 니체와 살로메와
나폴레옹과 링컨과 케네디는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