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황폐로 씻겨진 희멀건 육신에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빛바랜 색깔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따금 나는,
폐차장의 차들이 부럽습니다
그것들은 고철이나 플라스틱따위로 자잘히 나누어져
자원 재활용의 용도로 다시 쓰여지기도 합니다
허지만, 나는 아무도 이용할 수 없는 조악한 상념과
미친 듯한 격분의 피와 풀어헤쳐진 섬유질같은 몸과
앙상한 철골의 슬픈 뼈에 지나지 않습니다
재주도 변변치 않아서,
삶의 경쟁에서 항상 뒤지기 일쑤고
아홉번 죽는 고양이들이라면 애당초 거들떠보지도 않을,
평범한 ´죽음의 기술´조차 이때껏 터득치 못한
못난이 입니다
그런데도,
내가 서있는 죽음의 자리만큼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게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절망으로 추락하는 이 순간이 하도 고와,
밑바닥까지 고요해진 우물에 얼굴을 비추어 봅니다
눈물어린 태양이 삐걱거리며,
차가운 물 위에서 불멸의 창백한 순수를 긷습니다
몇세기전 한때에,
꿈같은 죽음을 기억하던 어느날,
힘겹게 남겨두었던 몇모금의 호흡을
이제사 찾아 씁니다
멀리 달려 사라지는 기차가
사라져도 사라지지않을 곳을 향하여
기적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