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슬픔은 향기를 품는다
슬퍼서 소금이 된 알갱이는 빛을 머금어 투명하지만
썩은 슬픔은 검은 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썩어서 흘러나온 눈물이 마음을 적시고
마음을 키우는 거름이 된다면 나 또한
그렇게 푹 썩은 슬픔에 젖어
뒤돌아 훔쳐낸 눈물이고 싶다
덜 썩어 비린 풋냄새 나기 전에, 혹시는
썩다가 원색의 악의 꽃이 번져 중독되기 전에
아랫목 술항아리 불룩하고 따뜻한 뱃속
사랑과 미움이 보글보글 끓다가
마침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몸싸움을 다 끝내고 나면
참 조용하게도
온전히 숙성된 슬픔의 향기로 말갛게 발효되어
한 세상 걸쭉하게 물들일 때
내 몸 어딘가에서는 생수 터져 솟아나고
조만간 슬픔의 향기에 취해 쓰러질
어떤 늙은 사랑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