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 * * * * *
얼마 전에 신경림 선생을 뵌 자리에서 나는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의 시집 제목으로 '농무'를 누가 정한 거죠?"
"그건 창작과비평사에서 붙였지. 백낙청 선생님 붙인 건지도 모르겠고."
"그러면 이 시집의 대표작을 단 한 편만 꼽으라면 선생님은 '농무'라고
생각하세요?"
"아냐. '농무'는 그저 상징적인 제목으로 의미있는 게 아닐까. 나는
<파장>같은 시가 오히려 맘에 들어."
........
그러면 그렇지!
나도 <파장>이다. 못난 놈들은 그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이 한마디는
그대로 절망과 희망의 압축파일이다. 이 한 구절이 우리 시의 한 시절을
들어올리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였다.
by 안도현의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中.
말하지 마라. 네 입은 작다.
- 이누이트 격언
07.20
파장(罷場)이란.. 초장(初場)의 반댓말이죠^^ 장이 마감한다는 뜻입니다. 파장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린 시지요^^
신경림 시인의 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07.20
이 시..
처음 읽을때 이해가 잘안되었는데 시온님의 설명을 보고 완전히 이해가 되었네요^^
파장 분위기를 아주 걸쭉하게 잘 살린 시~^^
앞으로도 독특한 분위기의 시 많이 올려주세요.
이곳에 시를 올리시는 분들이 다 각자만의 개성이 있어서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