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나를 지켜본 달은 걱정이 되었나 보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 밝은 낮에도
잠들지 못하고 따라다닌다
어젯밤 내 가슴에서 하나 꺼낸 것이 있다며
무거운 줄 모르고 안고 다니는 것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랑
그러나 그는
내가 더 소중하다며 내가 아끼는 사랑에
다칠까 넘어질까 염려되어
슬그머니 꺼내 간 거라는데
이런 정신이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하루종일 헤매고 있었네
빌딩 숲에 이르렀을 때 너와 처음으로 눈이 맞았지
하루해가 넘어가는 저녁 시간
충혈된 너의 눈 슬그머니 감추려 해도
나는 보고 말았지
팽그르르 눈물이 도는 걸 나도 너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서둘러 집으로 들어와 살며시 창밖으로 고개 내밀 때
너와 나는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