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
안재동
난(蘭)은
자주 바라보며 손길 주기를 소홀히 말아야 하는데
자칫 한눈 팔다간 시들거나 말라 죽기 쉽상이지
주위 온도며 잎과 뿌리에 닿을 수분 혹은 자양분,
모든 것이 적당해야 하고 때론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빛까지도 필요하지
난 하나 잘 키운다는 것, 멋있게 가꾼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처음일수록 더욱 힘들고
길을 걷고 또 걷다가 지칠 수 있는 그런 일이지만
판매용처럼 대량의 난을
기술적 측면으로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의 난만을
열정과 사랑의 에너지로 가꾸어 볼만한 일
갖은 애정으로 키우던 난이
미소지으며 은은한 향을 발산하고
눈부시게 고운 자태로
우아한 꽃을 피울 때 날아오를 듯한 즐거움
혹은 난이 죽었을 때 바짝 마른 잎들의 갈색 아픔
가슴 깊숙이 찌르르 전해질 정도로
극진히 가꾸고 사랑해 볼만한 일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한번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