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구던 날로 의 환생"
모서리가 허공을 찌르는 회색산들이
키재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기억의 때 퍼런 반유리창 안쪽에서 불었던
나의 비눗방울들은 하나 둘
그 모서리에 찔려 이지러지고,
가이없는 구불구불한
추억(追憶)의 골목길을 환히 빛내던,
회상의 불빛마저,
찢어진 기계음의 높은음 소나타에
지워진 연필자국처럼,
패인 자국만이 그림자를 새긴다.
모서리가 허공을 찌르는 회색산들이
새둥지가 되기 시작했을 때부턴,
조명등 사이로 그림자 비틀거리며,
맑은 술 대신, 술잔에서 허우적대는
낮선 희망으로 채워본다.
춤추는 세상이 눈을 메우고ㅡ,
머리속이 취한 희망으로 터져버릴때까지.
비록, 끊긴 기억의 손잡이와
그렇게 누어 잠이든 희망은
해의 일상과 함께 날아가버리겠지만.
잠시 보이는 옛 기억의 한 올
어릴적 얼굴비쳐보았던 외딴 우물에서
다시오는 더운 햇살받으며,
꿈에 취한 빠알간 잎과,
희망을 찾아 뻗는 얇은 뿌리가진,
꽃맹아리 한아름, 찬 우물물 한 바가지에 담아
풀어헤친 머리 속 정수박이에 들이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