憧 憬
이 도시에는
너무 높고 많고 빠르고
높아 오르기 힘들고
많아 헤아리기 힘들고
빨라 따라 가기 힘들다
곡식 낟알 몇 톨 모퉁이에 두면
아침에 새들이 편안히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에 조그만 집을 짓고
마당에는 계절 따라 피는 꽃이 있으면 좋겠다
가을에는 꽃이 필요 없겠구나
떨감이 붉게 물들 테니까
그래도 국화 몇 송이는 피워야 겠지
겨울에는 어떻게 할까
자연의 뜻이라면 받아 들어야지
그래도 雪花는 필 테니까
들꽃은 억지로 심지 않아야 될 것 같다
바람이 씨앗 날려 피워 줄 테니까
조그만 연못이 있으면 좋겠다
수초 몇 잎 띄워 놓고
붕어가 살면 좋을 텐데
원두막은 어디에 세울까
낮잠 잘 수 있는 곳이 있어야지
의자는 몇 개를 둘까
찾아오는 사람 없어도
서럽지 않겠지만
가끔은 바둑 한 수 두어야지
조금 떨어진 곳에 키 큰 나무가 있어야 겠다
손님 마중할 까치가 앉을 수 있어야지
까악 까악 까악
부엌에서 마누라가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