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어찌보면 그냥 지나가는 하루의 일상일 수 있었을.....
아니지, 그래도 누구라도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면
그날의 하루가 포개지고 덧씌워지는 무료한 하루하루의 일상에
가지런하게 꽂아진 책들처럼 보기좋게 기억되지는 않을 거라고 봐.
그것은 마치..... 지나다니는 아파트통로 구석퉁이에 버려진 검은봉다리가
눈에 띄어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발로 툭툭 내용물을 확인하다가
자칫 생선썩은 비린내를 의도하지 않게 맡게되어버리는..... 그런기억?
그래! 아마도 그때의 그일은 그런 냄새와 같은, 아니 그것보다 더 지독하고, 비린....
그런 기억이였을거야.
한없이 가슴아픈 기억.
근데 아일러니 한건 그때는 그것이 슬프다거나 서럽다거나, 아니면 가슴이 아픈...
뭐, 당당? 담담했었거든...
시간이 지나, 한살씩 또 한살 나이를 먹어갈쯤에서야 오래된 고목나무에서 송진액이 지익직 흘러내리듯
그때의 그 사건이 한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어.
예민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사에서
우연히 접어든 학교담 너머로 들려오는 예쁜손가락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올라가지도 못했던 아이들 목소리 힘을주어 반복하는 발성연습... '아, 에, 이,오,우!'
그래야 되지 않을까? 어릴적 추억을 떠올려야 되는 노래가삿말에는
흙먼지 자욱한 운동장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동무들과 시간가는줄 모르게 공놀이 하던 기억이라든지
몰래 여자아이들 고무줄놀이에 연필칼로 틱 잘라대는 심술
냇가에서 민물고기를 잡다가는 어느새 빨개내놓고 멱을 감고있어야하는
아련하게 밀려드는 추억!
하지만 그 노래속에서도 나는 그때의 사건을 먼저 기억하고 있더라구
또, 홀든 코필드가 동생에게 그러지. 아직까지 아이들은 자신의 인지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호밀밭 가까이 낭떠러지가 있는것을 금새 잊어먹고는 겆잡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그걸 사전에 방지하기위한 파수꾼을 자청하겠노라고.
그가 말하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바로 그 사건이 있었던 그날의 나의 모습이였어
공지영의 단편소설속에서 만나게 되는 자서적인 학창시절 '광기의 역사'
연장자로 시작되는 연륜이라는 무기와, 스승이라는 유교적 관습에 목을메는 상하관계의 카타고리로
옭아메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향한 그들만의 정당한(?) 폭력,
그곳에도 내가 있었고,
효순이와 미선이, 혜진이와 예슬이, 나영이......조두순사건........ 또다른.... 나!
돈이 없어졌어.
장소는 초등학... 국민학교 1학년 교실, 칠판옆 창가쪽으로 자리잡은 선생님의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던 돈
얼마쯤 되었을까?
돈의 출처는 매주 수요일이던가, 목요일?
일주일에 한번씩 통장에 저축하는 날로 정해졌었거든
그당시는 자율적 시장경제에 맡긴 저축형태가 아닌,국가적 정책을 취하고 있는 반강제적(?) 각출로 봐야
옳았던것 같아.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반쯤 들어간 손을 그려놓은 포스터 위로 '근검절약'이라는 글자가 아주 크게
교실 뒤 한켠을 차지한 그림이 국민학교 6년내내 의무적인 것처럼 자리잡고 있었거는
한번 저축한 돈은 마음대로 찾아 쓸 수도 없고 6학년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서야 은행 관계자와 직원이
와서 통장의 액수만큼 계산해서 지급해 주던 기억
그사이 1주일동안 통장에 저축해야 하는 돈을 만들어야 하는 고난을 하사받은 우리들이
그 자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때에는
선생님의 핀잔속에 교실복도에 손들고 서있어야 하는 체벌을 감수해야 했었어
통장에 저축하지 못한..... 천벌을 받을 죄를 지어서.
그날은 저축이 있는 날이였던 거야
분단별로, 아니면 출석부 번호순으로든 한반에 6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 대부분이
천벌(?)을 받지 않으려는 일념 하나로 아이들이 벌어온 돈을 통장에 표시하고 한곳에 모아서 선생님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던 돈이 없어져버린거지
"어? 돈이 어디로 갔지?"
선생님은 찾아보았던 곳을 또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는 책상 아래쪽의 쓰레기통까지 뒤져보시고서는
없어졌다는 결론이 나오고서야 우리들을 쳐다보셨어.
조용해진 교실
"누가 선생님 자리에 돈 가지고 갔니?"
"......"
알고보면 우스운 질문이잖야?
의도적이든, 우발적이였든 '저요, 제가 가지고 갔어요'라는 대답을 듣고 싶어서 한 질문이셨을까?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없었지
선생님은 아이들의 반응에 금방 체념하지 않으셨어
"지금 가지고 나오면 아무일 없던것처럼 용서해 줄테니까 빨리 가지고 나오거라"
이미 한교실의 60명 중, 적어도 공모한것이 아니라면 1명의 범인이 있을거라고 선생님은 결론을 내리셨나봐.
두번의 질문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을 때 선생님은 우리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어
"지금 옆 짝꿍들과 자리를 바꿔 앉아"
"......"
꾸물꾸물 일어서는 아이, 벌떡 일어서는 아이, 거의 앉은체로 엉덩이만 옆으로 이동하는 아이.....
제일 뒷자리 혼자앉아 있는 아이는 옆자리 바꿔앉은 앞자리 아이하고 바꾸어 앉으면서 선생님의
지시를 이행한 우리들을 확인하고 난 후 다음 지시가 내려졌어
"지금부터 그 자리의 책상속과 가방의 물건들을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실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듯이 비열한 도둑놈은 꼭 색출해 내겠다는 듯한 각오가 다져진 듯
마지막 '실시!' 하는 목소리에는 순간 쩌렁쩌렁, 쇳소리 비슷한 바람소리와 함께 교실 뒤편의 벽을 퉁겨 교실을 울리고 있었어.
그 지시에 맞춰 일제히 아이들은 책상속, 가방속 물품들을 위에 우루루 쏟아놓기 시작했지
그러는 도중 선생님은 교편을 들은 한손을 다른손으로 살짝살짝 퉁겨가면서 교실 앞, 뒤 분단별로 돌고 돌면서
아이들이 지시를 모두 이행하는 시간을 주고 계셨지.
조금 뒤
선생님이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걸 알게 되었을때,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지
책상위에 책들을 교편으로 툭, 툭 거들떠 보기까지 하시더라구
도중에 중심이 흐트러진 책이며, 공책, 필통들이 잘못해서 바닥에 틱, 하고 떨어질 때가 있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였어, 그 자리에 앉아서 옆 짝꿍의 물품을 책상위에 우루루 쏟아놓았던 아이가
자신의 몫으로 다시 주워서 올려놓으면 되는 일이였으니까
처음보다 선생님의 얼굴 표정은 더욱 심각하게 상기되어 있었지
명제가 그렇잖아
'돈이 없어졌다'
'교실에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갔다'
'그래서 교실 밖, 어딘가에 숨겨놓았다'
수사선상이 이젠 더 넓은 곳으로 확대되어 가야하는, 잃어버린 돈을 메꿔야 하는 안다미를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짜증들이 선생님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거야
근데 그때,
선생님에게 아주 반가운 희소식이 날아들었지.
"선생님 아까 동희가요~ 선생님 자리에 앉았었거든요?"
뒤쪽으로 부터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 목소리가 지칭하는 아이는..... 바로 나였어.
"아, 맞다 나도 봤어요"
"아 참, 나도...."
그렇게 여기저기에서 목격자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자칫 미궁으로 빠져버릴 수 있었던
사건이 다시 활기를 띄게 되는 안도감 같은것이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했지
조금 뒤에는 겆잡을 수 없을만큼 많은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구
"맞어 나도 보았던것 같아"
이젠 본것도 아니고 보았던것 같은....'그러고보니까.....' 하는 제보도 곧 이어지고 있었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선생님을 대신해 급우들에게 군림하던
엄석대가 자신의 힘이 더이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자 곧바로 비난의 화살이 한꺼번에
날아들었던 장면에서도 이때의 기억이 떠올랐었거든
다른점이라던 그에게서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그동안 쌓아져 있던 분노가 폭발된거라면
내가 경험했던 기억속에 잃어버린 돈에 관한 주 용의선상에 오른 내가 받아야 했던 화살은
결국 내가 가해자가 되어야만 자신들은 이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차이점이랄까.
그쯤 되고 나니까 선생님은 나를 지목했어
"모두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책상위에 물품들 다시 정리하고, 동희 앞으로 나와"
"......."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는중에 나만 혼자 물품들이 정리되지 않은 책상을 돌아
교실앞 교단앞으로 나갔어.
"돈 어디다 뒀냐"
'니가 돈 가지고 갔니?'가 아니고 선생님은 곧바로 돈 어디다 뒀냐고 묻더라구.
'돈 훔쳐서 어디다 숨겨놓았냐'라는 말보다는 조금 인격적인 대접이였을까?
"선생님 저 몰라요, 돈 안가져 갔어요"
이미 선생님 자리에 앉은걸 보았던, 보았던것 같던, 그러고보니까 그랬던것 같은 수많은 제보자들이
지목한 내가 돈을 안가져 갔다는 결백을 주장해 본 들
코미디영화에 자주 쓰이는 대사처럼 누구하나 억울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 죄수자 하나 없는것처럼
나역시도 뒤로 아이들이 지켜보는 선생님 앞에서 왜소한 몸뚱어리만큼 목소리도 줄어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
그에비해 선생님은 이제 주먹만한 아이를 말로써 요리할 수 있는 논리가 갖추어져 있었지
"니가 돈 안가지고 갔어?"
"네~"
"근데 왜 목소리가 그렇게 작아"
이런 분위기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은 아이의 목소리가 작은게 수사상의 단서로 떠오를 수 있는것일까?
"친구들이 말한것 처럼 너, 내자리에 앉았어?"
"네~"
'옳지!'
선생님 자리에 아이가 앉았고, 그것은 곧 아이가 돈을 가지고 갔다는, 훔쳐갔다는 방정식이 선생님 머리속에는
번쩍 들었던것 같은 표정이 순간 지나갔지.
그리고, 곧바로 아이는 교탁 너머로 멀리감치 날아가 떨어졌어
어떤 방어태세를 갖추기도 전, 선생님이 올려붙힌 귀쌰대기가 아이의 뺨을 훑고 지나갔거든
공포에 질려버린 아이가 어안이 벙벙하게 일어설쯤 선생님이 그러셨어
"싸가지 없는놈의 새끼, 돈 어디다가 숨겨놨어 새꺄"
"저 돈 안가지구 갔어요~"
국민학교 1학년, 8살의 나이로 선생님에게 자기의 결백을 주장하는 아이의 초라한 목소리.....
그것은 너무나도 처절하리 만큼 떨리고 있었지
하지만 한 반, 60여명의 목격자가 있었고, 돈이 들어있는 책상에 앉았었다라는 걸 실토까지 해버린 아이에
대한, 분실된 돈의 출처의 최고용의자인 나에대한 심문은 더욱 거세어 져 갔어.
"그럼 왜 선생님 책상은 기웃거렸어"
그랬었어,
국민학교 1학년교실은 다른 고(高)학년의 교실과는 차별되게 교무실말고 선생님의 책상이 교실에도 앞 창가쪽에
있었어.
아직 너무도 어리기만 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생활하다가 피치못할 사고를 일으키게 되었을때 그것에 대비해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선생님이 항상 상주할 수 있도록 교실에도 책상이 놓여지게 되어 있었던거지
근데 선생님의 책상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어떤 권위의 상징이 되어 있었어
감히 우리같은 어린 학생들은 접근조차 통제되어 있어야하는 위압처럼
겨우 그곳에 다가갈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한다면
그날 학급을 위해 봉사가 의무적으로 이뤄지는 당번이 책상앞의 조그만 화분에 아침이면 물을 준다거나
선생님이 지정해 놓은 아이, 그 아이는 우리처럼 더벅머리도 아니고, 실컷 뛰놀고 땀을 씻지도 않아서 목에 떼물이 주르르
엉겨붙은 몰골을 하지도 않고, 며칠씩 입은 옷 또 입고서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가 아닌
언제나 단정하고, 머리도 예쁘게 머리핀을 꽂고 있는, 그리고 가끔 비도 오지 않는 맑은날 우산을 쓰고 엄마가 나타나는
아이만이 선생님의 자리에 다가갈 수 있었어.
숙제장을 올려놓는다거나, 시험지를 걷어서 갖다놓는 다거나....
그런 성스러운 자리에 감히 나같은 하찭은(?) 아이가 가서 앉았던 거지
근데 왜 거기에, 하필 그날에 앉았었냐고?
한번씩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자습을 시키셨거든
그러다보면 점점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시작되다가 시끄러워지면
선생님은 책상에 앉아계시다가는 교편으로 탁자를 '턱'치면서
"조용히 해라"
그렇게 나무라셔, 그러면 곧바로 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지곤 했거든
문론, 8살밖에 되지않은 아이들의 집중력이 길어봐야 얼마나 가겠어
조금있으면 또 웅성웅성, 조잘대기 시작하면 선생님은 또한번....
그러한 반복이 계속 시작되면서 자습시간이 이어지곤 했었지,
거기에 아이가 선생님 책상에 앉게 된 계기가 숨어있어.
항시 선생님이 들고 다니시던 교편이 그날은 왠지 책상위에 있었던거야,
우리들에게 교편이라는 것은 곧 선생님의 근엄함과 권위에 대한 어떤 상징적인 것처럼 인식이 되었었지
그리고 막연하게 그 교편을 한번 들어보고자 하는 동경, 그것을 손에 들게 되면은 그 자신도 선생님과
같은 근엄함과 무소불위의 권위을 소유한듯한.....
그래서 용기있는 개구쟁이들은 그러한 욕구로 감히 선생님 자리에 한번씩 앉아보는 용기를 발휘해보곤 하거든
아이도 역시 그러한 이유로 선생님자리에 앉아보았고 그 앞에 놓여진 교편을 들어 선생님 흉내 내본다면서
탁자를 교편으로 탁탁 치면서
'어허~ 조용히들 안해?'
선생님 흉내를 냈었던 거거든
그랬던 그 행동이 이렇게 엄청나게 커져서 도둑놈이 되어있는거야
"쪼그만한 새끼가 벌써부터 못된것만 배워서, 돈 어디다 뒀어"
선생님은 한손으로 아이의 볼떼기를 잡아 들어올려 잘잘 흔들어 대면서 훈계를 하고 있었고
그 행동에 맞춰서 아이의 한발은 붕 떠올라 휘엉청 휘엉청 헤엄치는 자세가 되어 있었어
'딩~동~댕~'
선생님의 매질과 꾸지람이 머춰선 것은 스피커로 전달되는 종소리와 함께 일단락 되었어
그게 수업 끝나는 종소리였는지, 조회시간을 마치는 종소리였는지 오래된 기억으로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끝까지 돈을 안훔쳐갔다고 발뺌을 하는 어린놈을 향하여 치켜뜨고 있는 선생님의 눈초리만큼은
아주 진하게 기억으로 각인되어 버렸어
결국 선생님은 돈을 도둑질해 간 아이에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못찾아낸 억울함을 뒤로하고는 자리로 들여보냈지
꾸벅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인사도 하지마 새꺄. 너같은 놈 인사 받기도 싫어"
그리고는 반장이 행하는 '차렷, 경례!'의 인사도 안받으시고 선생님은 교실문을 나가셨어
다른때의 아이라면 쉬는시간 급우들과 교실뒤에서 말뚝박기를 하던지,
앞자리 여자아이의 댕기머리를 잡아다니며 놀린다던지, 고개를 뒤로돌려서 뒷자리 아이들과 조잘대며 수다를 떤다던지 했을텐데
뒤늦게서야 아이는 책상위의 물품들을 정리하고는 다음시간 책과 공책을 준비한 그대로 말도없이 자리에 앉아있었어
오줌이 마려워도 변소에 가지 못하고,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였던 그시절 화장실을 가려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와 푸세식변소에 다녀와야 했는데
그렇게 밖으로 나오면 선생님이든, 아니면 다른 반 아이들이 몰래 뒤쫒아와서 혹시 돈을 숨겨놓은곳으로 가는건
아닐까 의심할거라고.....
그래서 아이는 하루종일, 학교수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책상에서 움직이질 않았어, 아니 움직이지 못했어.
종례시간.
선생님이 들어와서 하루를 마치는 종례를 시작하면서
내일 시간표에 맞춰 숙제를 내 주시고, 준비물을 알려주고 하면서 여느때처럼 종례가 끝이났어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해야 하는일은 청소가 남아있었지
청소를 담당해야 하는 아이들은 그날그날 분단별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어
1분단에서 4분단까지 있었으니까 월요일은 1분단이면 화요일은 2분단, 수요일, 3분단, 이런식으로
거기에 추가로 숙제를 안해온 아이들도 벌칙으로 청소를 해야했던.....
마지막 선생님이 종례를 마치면서 하신 말씀은
"그리고 동희, 너도 함께 청소하고 검사맏도록, 이상!"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오늘은 분명 아이가 청소하는 날이 아니였어, 그리고 숙제도 다 했었고
근데 아이는 오늘 청소를 해야하는 지시가 내려진거야.
'선생님 저는 청소당번 아닌데요'하고 말씀 드리기 전에 선생님은 교실을 나가고 계셨어
걸상을 책상위에 포개어 올려놓고 뒤쪽으로 주욱 밀어놓은다음 청소가 시작되었을때였어
우리반에 아주 이쁜 아이가 있었지.
'유미선'
얼굴도 예쁘고 말도 참 예쁜말만 하고, 공부도 잘하고, 공책에 글씨도 예쁘게 쓰는 아이였어
이 아이가 선생님 책상을 청소하는 선택받은(?) 아이였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반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이 아이를 좋아했었어
청소를 하고 있는데 이 아이가 나에게 가까이 오는거야
그리고는 측은한 듯한 얼굴을 하고 나를 보면서 말하더라구
"동희야, 선생님한테 잘못했다고 하고 지금이라도 돈 가지고 갔으면 갖다드려~"
"........"
아이는 곧 눈물을 흘렸어
선생님의 귀쌰대기에도
볼따구를 잡혀 흔들려도
싸가지 없다는 욕에도.
그리고 인사도 하지말라던 꾸지람에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미선이의 말 한마디에 산산히 부서져 내리듯 눈물이 터져버린거야
팔소매로 눈물을 닦았는데도 어깨가 들섞이면서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더라구
미선이가, 미선이가 가지고 간 돈을 선생님에게 빨리 갖다주라고 했던 말 한마디가 주체하지 못하게
나의 자존심에 그 어떤 자물쇠를 끊어 부서버린거지.
그리고 곧 누군가가 아이의 뒤통수를 쳤고
뒤돌아 본 그곳에는 오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나만을 쳐다보고 있었어.
내 눈물의 의미를
그들은 정 반대로 생각하는 눈초리들,,,,,
난 죄인이였지, 선생님에게만이 아닌 함께 청소를 해야하는 급우들에게도
내가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미선이에게도.
"니가 청소 다해"
누군가가 먼저 자기가 들고있던 빗자루를 아이의 앞에 휙 던져버렸고, 다른 아이들도 똑같은 행동을 해버렸어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멀찌감치서 쳐다보는 아이들 너머로 그 넓은 교실을 청소하기 시작했어, 겨우 혼자서....
다음날,
여느때와 똑같은.....
등교를 하고 칠판에 조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해야 하는 학습물이 적혀있는 과제를 끝마칠 쯤
아침조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조금 뒤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어
항상 그렇듯 오늘의 할일을 선생님은 하나씩 설명해주셨고 어제 내 준 숙제를 걷어서 선생님책상에 올려놓으라는
지시를 미선이에게 하고는 조회를 마치려다가 깜빡 잊어먹고 있었던 게 생각이 난 듯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아 참, 김동희, 어제 저금한 돈, 선생님이 교무실 책상서랍에 넣어두고는 깜빡 교실 책상속으로 착각했다.
이걸로 조회 마치자.반장!"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
그날이 이제 20년을 훨씬....... 30여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