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노라와 홀리스, 아더가 집으로 가는 내내 노라는 문 쪽에 앉아 쉴새 없이 옆 사람을 내리 눌렀다. 커브길을 돌 때마다 노라의 어깨는 홀리스의 어깨를 옆으로 밀었다. 그로 인해 홀리스는 아더의 어깨를 아더는 경감의 어깨를 밀게 되는 것이다. 노라는 싱글벙글이었다. 경감은 명탐정을 먼저 집으로 가는 골목에 내려주고 에닐슨중학교 앞 문방구에 내려줬다.
노라는 차가 멈추자 곧 뛰어내렸다. 노라는 마치 연설을 하듯이 홀리스에게
"모두 생각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 6시까지 메일로 보낼 것! 이만 해산" 하고 외치고는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힘껏 밟았다.
뒤에서 경감이 크게 웃는 것을 뿌리치려는 듯이...
집에 돌아온 노라는 재빨리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부엌은 완전 어질러져 있었다. 특히 식탁이 너저분해 보였다. 타이프라이더로 글을 쳐야 잘 써진다는 엄마의 버릇 때문인지라 엄마는 매일 이렇게 타이프라이더와 원고, 종이와 필기구를 들고 부엌으로 나와 글을 쓰신다. 식탁 위에는 연필로 갈겨쓴 종이, 그리고 코와 손끝에 흑연자국이 잔뜩 묻어있는 엄마가 엎드려있었다.
노라가 부엌으로 돌와와서 입속으로 중얼중얼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자 엄마가 일어나면서 기지개 키며 말했다.
"으! 아함~~(하품) 우리 딸 왔어?"
그러면서 방학을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저녁먹으라고 했다. 노라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냉장고에서 쨈을 꺼냈다. 그런다음 식빵에 쨈을 묻혀 5장 정도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노라는 자기방에 따로 있는 컴퓨터를 켰다. 추파춥스 한개를 까서 입속에 넣은 후 수첩을 꺼내 이것저것 검토하기 시작했다. 노라는 컴퓨터에서 메모장을 꺼내서 이 사건에서 알아낸 사실들을 하나하나 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노라는 30분정도 서성이더니 갑자기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확인했다. 메일이 와 있었다. 경감으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노라는 그 것을 10분 정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컴퓨터를 꺼버리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가만히 누워 천장의 얼룩을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완전히 그 얼룩에 정신을 뺏긴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태도를 빠꿔 몸을 일으켰다. 침대끝에 걸터앉더니 다시 자신의 발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천천히 관찰하는 것 같았다.
노라는 그 상태로 한참동안 앉아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방안을 왔다갔다 하다가 갑자기 방을 나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노라는 곧 나와 방으로 들어와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12시가 약간 지난 한밤중이었다. 노라는 곤히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자신의 발치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를 켰다. 그러고는 메일을 확인했다. 메일이 와 있었다. 노라는 읽어보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는 경감이 쓴 편지를 다시 켜서 읽고는 다시 검토했다.
노라는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가 꾸벅꾸벅 졸더니 잠이 들었다.
-특권
노라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살짝 나왔다. 다들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노라는 살금살금 부엌으로 가서 우유에 토스트, 계란을 먹었다. 그러고는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3분쯤 후에 살짝 나왔다. 노라는 무엇인가를 식탁위에 놓더니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노라가 식탁위에 던진 것은 하얀종이였다. 그 위에 조그맣게 이렇게 써 있었다.
"곧 돌아올게요."
노라는 경찰서를 향해서 힘껏 페달을 밟았다. 노라는 경찰서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는 머리를 살짝 매만지다니 이마의 땀을 닦았다. 노라는 살짝 미소지으며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서에는 당직경찰관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래서 노라가 들어가도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노라는 쭉 둘러보더니 미소를 짓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여러 경관들 사무소와 부장, 경감의 사무실이 있었다. 노라는 히죽 웃더니 한번더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부장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노크를 하시오. 존슨경위 사무실'
노라가 문이 부셔질듯이 쾅하고 닫자 그 곳에서 졸고 있던 한 뚱뚱한 사나이가 깜짝 놀라면서 일어났다. 물론 다른 방의 경관들도 전부 깨어났을 것이다. 물론 아래층의 경사들도...
노라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가서 "하이~! 좋은 아침! 존슨 부장님.."하고는 인사를 했다.
존슨은 잠이 덜깬 눈을 깜빡이더니 당황한 듯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안녕" 하더니 하품을 느러지게 했다. 노라는 웃었다.
존슨이 물었다.
"용건이 뭐야?"
노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유! 용건부터 묻다니요. 그냥, 방학도 끝나고 심심해서 왔어요. 뭐 그동안 중간이다 기말이다 해서 못 찾아왔잖아요."
존슨은 노라와 같이 웃다가 "글쎄? 이렇게 일찍 온것으로 보아서 뭔가 부탁할 일이 있는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노라는 깔깔 웃었다.
"아유~ 아저씨는 완전 쪽집게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맞아요. 부탁할 것이 있어요."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수첩을 꺼냈다. 수첩에는 한 다섯명정도의 이름과 직업등이 써있고 그 밑에도 이것저것 메모가 빼곡히 써있었다.
노라는 빨간펜으로 동그라미를 치며 말했다.
"이 사람과 이 사람은 이웃인데요. 사건 당일인 11월 17일 오후 두시에 왔었대요. 그때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피해자가 집에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한데요. 알리바이가 없죠. 그리고 이 사람은 사건 이틀전에 유리창 닦으러 온 사람이래요. 유리창 닦는 동안 뭘 했는진 저도 몰라요. 약간의 부비트랩을 설치했을 수도 있지 않아요? 혹시 모르니까요. 또 이사람, -여기는 세모를 쳤다.- 이사람은 피해자의 두번째 남편이었대요. 피해자는 그 사람과 돈보고 결혼했다고 해요. 아주 유명했다던데? 결혼당시에... 딸이 크고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그 남자와 결혼한 후에 바로 이혼했대요. 물론 위자료만 잔뜩 챙기고요. 그래서 아주 원수보다시피 했다는데?"
노라가 여기까지 말하자 부장은 큰소리로
"그만! 그만 설명해라. 난 벌써 네 속셈을 다 알았으니까.. 경찰 특별 뱃지 달라 그거지?"
노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저번에 빼았었잖아요. 결국 사건은 해결했는데도 돌려주지 않았잖아요. 어서 그거 주세요. 아빠에게는 내가 말할테니요.." 존슨부장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더니 한숨을 쉬면서 서랍에서 뱃지를 꺼냈다.
"절대로 이 특권을 마음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혼나면 네가 책임져!"라로 말하는 존슨부장의 말을 듣는지 않듣는지 노라는 뱃지를 가지고 나가버렸다.
노라는 뱃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84번거리와 94번거리의 교차점을 향해 달렸다. 그곳은 노라가 존슨에게 미처 설명하지 못한 다섯번째 용의자의 거처이자 직장이였다.그는 매일 아침마다 피해자에게 신선한 우유한병과 계란 두개를 배달해 주다가 사건 당일부터 갑자기 배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라에게는 그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노라는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 조그만 가게앞에서 노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 곳을 지나쳐 다시 경찰서를 향하기 시작했다. 노라가 길을 건너 미친듯이 밟아 도로 경찰서 앞에 달했을때는 이미 해는 높이 떠올랐고 날씨가 찌도록 더워지기 시작했다. 노라는 경찰서 앞에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노라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노라를 쳐다봤다.
노라는 꺼리낌없는 눈길로 둘러보더니 "여기 얼마전에 오신 새로온 경감님 누군지 아세요? 뚱뚱하고 민들민들한 머리를 가졌는데요? 아마 별장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뉴욕시에서 이곳으로 왔던 분 일거예요. 어디계신지 알아요?"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노라가 너무나 꺼리낌없는 목소리로 말해서 그랬는지 전부다 눈초리를 나누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었다. 그 중 제일 큰소리로 웃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 "이리로 따라오렴."하고 안내했다. 노라는 그 사람을 따라갔다. 그 큰소리로 웃었던 사람은 어느 방앞에서 노크하더니 노라에게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감님, 키만 멀대같이 크고 얼굴에 철판깔은 여자아이가 찾아왔는데요. 누군지 아세요?"
노라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노라가 미처 얼굴색을 바꾸기 전에 큰 목소리를 가지 사람이 나와 들어가라고 했다. 노라는 그 사람을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노라가 들어가자 경감이 큰소리로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으렴.. 멀대아가씨"
노라는 고개를 치켜올리며 도도하게 "내 이름은 길슨이예요. 노라 B. 길슨."하고 말했다.
경감은 큰소리로 "알았다. 미스 길슨.."
노라는 노려보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겠어요. 우선 보내주신 명단은 잘 받았어요. 내가 보기에는 그 다섯명 다 수상해요.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검시결과를 얻기 위해서 온거예요. 뭐, 메일로 보내준다고 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보여주세요."경감이 서류를 꺼내러 가면서 물었다.
"별장살인사건이 뭐냐? 혹시 네가 생각해낸 것이냐?"
껄껄웃는 경감을 노라는 노려보면서 얼른 서류나 내놓을라고 소리질렀다.
경감이 서류를 건네자 노라는 "아! 고마워요.."하고는 경관의 손에서 재빨리 서류를 낚아채더니 읽어내려갔다. 노라의 눈에 뭔가의 희망의 빛이 휙하고 지나가더니 정신없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거 좀 빌려도 되죠? 고마워요.. 복사한 다음 다시 돌려드릴게요.."
노라는 외치듯이 말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다시 돌아오라고 소리치는 경감을 뒤로하고...
노라는 경찰서 밖으로 나오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에게 말했다.
"이봐요, 오리아저씨? 저 민들머리 경감님께 메일로 전화번호 좀 가르쳐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난 길슨이에요. 처음 뵙는 분이라서 누구 밑에서 부하로 있는지는 몰라도 이 경찰서 서장인 우리 아빠와 함께 있지 않는 이상은 내 눈에 잘 보여야할걸요? 난 노라 B. 길슨이에요. 앞으로는 길슨양 아니면 미스 길슨이라고 신사답게 불러주세요. 아니면 곧바로 일러바쳐버릴테니... 알겠어요?"
-심문
노라는 경찰서에서 나와 다시 84번거리를 지나 94번 거리 교차점의 구멍가게로 자전거를 몰았다.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노라는 헉헉대면서 자전거에서 내려 크로스백에서 수첩과 서류를 잘 정리해서 보관한 다음 헛기침을 하고 가게로 천천히 들어갔다.
가게는 무척 더러워 보였다. 아주 조그마한대다가 여기저기에 물건이 끼어 있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우중충했다. 게다가 가게 주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게을러 보여서 노라는 더욱 기분이 나빴다.
노라는 공중전화에 25센트를 넣었다. 그러고는 호주머니에서 10센트를 잔뜩 꺼냈다. 그리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엄마 저예요......예.....잘 있어요.. 네, 엄마가 쓰실 책재료 잔뜩 몹고 있어요..... 네.....사건이예요.어제 말씀드렸잖아요...네....끊어요."
노라는 가게를 죽 둘러보았다. 그리고 빵 몇개와 우유를 고르고 추파춥스 하나 꺼내가지고 계산대로 가지고 갔다. 노라는 그것을 계산하면서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이번에 뉴스 봤더니 요 뒤 산에 있는 별장에 살인 사건 났다고 하더라구요... 아세요?"
가게 주인은 노라를 노려보더니 큰소리로 "다 샀으면 돈 내!"하고 외쳤다.
노라는 황급히 돈을 내면서 가게주인을 노려보았다.
가게주인은 말했다.
"그 사건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가 알아? 신문에 내 얼굴도 나오고 이름도 나와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그 사건 덕분에 장사도 잘 안된다구!"하고 소리쳤다.
그러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윽박지르듯이 "나가!"
노라는 한참을 가게주인을 노려보더니 낮은 소리로 "왜 이틀전부터 갑자기 우유병과 계란을 배달중지 했지요?"하고 물었다.
가게주인의 신경질적인 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것을 묻는 거냐?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한거야? 어린것이 전화로 무슨 사건이니 뭐니 하고 말이야. 가서 공부나 해!"
노라의 침착한 말투, "아저씨나 잘 하시라구요. 내 자격은 이것 보면 알수 있을 걸요?"
노라는 아주 천천히 때로는 약간은 거만하게 무엇인가를 내보였다. 가게주인은 방패모양의 뱃지를 노려보았다. 노라의 얼굴을 살짝 쳐다보더니 다시 뱃지를 쳐다보았다. 가게주인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경찰이냐?"
노라는 가게주인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난 탐정이에요. 소녀탐정이라구요. 신문을 열심히 보신다면 한번쯤은 봤을텐데요? 왜 있잖아요. 우리 동네 유명한 서장님 딸이 어쩌구하면서 잔뜩 칭찬하는 신문들 말이에요. 그런데 왜 갑자기 우유병과 계란을 배달중지 했지요?"하고 진지하게 물었다.
가게주인은 "설명해 봤자 도움도 안 될거야."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큰소리로 "나가!"하고 윽박질렀다.
노라는 가게주인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살펴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노라는 자전거에 올라타 열심히 어디론가 밟기 시작했다.
노라가 나간지 한시간쯤 후 좀 어려보이는 동양애가 열심히 달려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아주 사근사근한 눈에 요상한 눈빛을 띄고 말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여기 배달되요?"
가게주인은 그 꼬마가 너무나 부드럽고 친근하게 말하자 면전에 웃음을 띄면서 전에 했었지만은 지금은 하지 않노라고 설명했다.
동양애는 순진한 눈빛을 지으며 "왜 안되지요?"하고 물었다.
가게주인은 그 순진한 눈빛에 빠져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얼마전에 살인사건이 난 별장 아니?"
"아뇨? 난 신문따위는 보지 않아요."
"그 집에 내가 매일 우유와 배달해 주었단다. 그러다가 내가 하루 아파서 배달을 빼먹었어. 그런데 다음날 사건이 일어났다고 경찰들이 와서 마구 묻지, 이틀쯤 후에 또 다른 사복경찰이 와서 묻지, 얼마전에는 경찰 딸년이라는 애가 와서 또 묻지..결국 기분 드러워서 안 하기로 했다."
"아, 그런가요."동양애는 싱긋 웃었다.
가게주인은 동양애와 같이 웃으며 "그렇단다. 그런데 경찰은 날 의심하면서 증거가 있냐고, 나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냐고 물었지. 하지만 경찰이 물어본 그 시간에 난 가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단다. 물론 본 사람은 없고, 누가 내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겠니?"
"아, 그렇군요? 그럼 안되는 거네요? 음, 그럼 아이스크림 하나 살게요."
동양애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돈을 내고 먹으면서 물었다.
"근데 약이라던가 병원 갔었던 영수증은 있나요? 그러면 좀 도움이 될텐데요.
"감기는 집에서 쉬면 7일 걸리고 병원가면 일주일 걸린다란 말 알지? 난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푹 쉬었단다. 우리 아내가 해 주는 맛있는 닭고기 국물을 마시고 누워있으면 하루면 싹 났거든..."
여자애는 무엇인가를 잠깐 생각하더니 싱긋 웃고는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노라처럼 어디론가 마구 뛰어갔다.
홀리스가 -가게주인과 대화를 나눈 그 동양애는 홀리스였다.- 가게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뽑아내고 있을 때, 노라는 홀리스의 집 앞에 있는 문방구에서 열심히 서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서류는 아까 민들머리 경감에게서 뺏은 그 검시결과본..
노라는 문방구아줌마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에 받고 있으면서 복사기 앞에서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탄성을 지르더니 수첩을 꺼내 뭐라고 마구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첩을 크로스백에 다시 쑤셔넣고 서류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문방구 아줌마가 도와준다면서 다가오자 미친사람처럼 뭐라고 마구 소리지르면서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노라는 복사를 한 다음 복사한 것과 서류원본을 전부 가방에다 쑤셔넣으면서 복사비 200원을 건넸다. 그리고 만일 나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전해달라면서 수첩을 꺼내 갈겨쓰고는 건네줬다. 그리고 나가면서 "제 이름은 노라 길슨이예요."하고 소리쳤다.
어둑어둑 해져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무렵 어떤 한 여자애가 불빛이 반짝이는 경찰서에서 나오더니 74번거리 뒷쪽을 향해 자전거를 몰았다. 마구 밟고 밟아 아파트에 도달했다. 그 여자애는 조심스럽게 문 꼭대기에서 익숙한 솜씨로 열쇠를 뽑더니 도둑처럼 살금살금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