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만큼의 어두움을 유지해서
황토와 목재로 꾸며진 벽 사이사이에 조화(造花)를 심워둔 위로, 빨간 호롱불을 켜 놓은 인테리어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해준다.
가게문이 열리는 순간 센서가 반응을 해서 '딸라~ㅇ'소리가 들리고 반응하는 가게 아르바이트생의 환하게 웃는 손님맞이
인사가 이어졌다.
"어서오세요~"
꼭, 구태여 조명빨이 아니더라도 이쁜 얼굴이라는게, 서른중반 터울의 우리들에게 곧바로 인식된다.
안그래두 이쁜얼굴에 웃을때 보이는 양쪽 덧니. 환장.....
"오우~ 이쁜언니~ 전화번호가...."
상식도 없고, 순서도 없고....그렇게 호프집에 들어서는 노총각표 늑대표본들이 무대포로 들이대는 농담에
의연하게 웃음을 잃지않고 대처하는 아가씨가 메뉴판을 건넨다.
"피쳐.......10000 주시구요"
"임마, 여기서 죽을래냐? 그냥 머릿수대로... 아니 얘는 빼고요 500씩 주세요"
"머여~ 내꺼는 왜 빼"
"넌 운전해얀다메."
은근슬쩍 왕따 당하는 느낌이다. 그럴거면 왜 술마시자고 이렇게 질질 끌고 댕기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바쁜 몸인.....지는 않아서 그냥 상한기분만 확 죽이고는 자리를 유지한다.
그래도 가게 분위기가 너무 좋아 기분이 꿀꿀 하지는 않다.
남자들만 그러는건 아닐거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여자들도 그렇게 음담패설을 즐기겠지
정말로 나만 그런게 아니고 가게를 딱 들어서는 순간 여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가씨를 첫대면하는 순간
모두들 가슴이 콩당콩당 했던거다.
"저 아가씨 문근영 삘 나지않냐?"
"야 문근영이면.... 저 아가씨 섭하겠다임마야. 아까 못봤냐? 가슴이...."
"아냐, 아직 볼에 젓살도 빠지지 않았어, 소희만두삘이야"
"어 그래? 가슴있는 부분이 너무 넘쳐나서 볼따구까지 올라간거야?"
"아유 이 새끼들 말이면 다냐? 아무리그래도 원더걸스를 비유하면 니네들 다 원조교제여?"
"그려 형혼자만 잘나셨어 혼자 산수갑산에 도덕책끼구 법 따지며 그리 살어, 암튼 저아가씨...... 얼마짜리여?"
인원수에 맞춰, 아니 내 몫을 뺀 만큼 맥주잔에 거품이 넘칠 듯 말 듯, 그녀가 생맥주를 들고와서야
우리들의 '남녀상렬지사'의 스캔들대화가 멈추었다.
"몇살이에요?"
"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으세요?"
"스물 한살이요"
'오메~~~~~~~~~~~~~'
약속을 했던것도 아니다. 모두들 그렇게 열광의 도가니에
알고보면 나이먹고 참으로 처량한 인생의 그림이기도 한거지만.
그것이 뻘쭘해서 모두들 '왁' 하고 한바탕 웃어재꼈다.
강냉이 안주만 몇개 집어먹다가
계절을 초월하고 뿐만아니라 대륙도 초월한, 글로벌시대의 과일안주가 떼꼬레(decoration) 환상적이게 나왔다.
수박과 참외 포도,키위, 파인애플......
손을대기에도 부담이 될 정도의 장식에 형 한명은 사진을 찍으려고 디카폰까지 꺼내든다.
"아마도 내가 과일안주 시키면서 저 아가씨에게 살짝 윙크 날렸었거덩. 그랬더만 이렇게
나를위해 정성스럽게 실력발휘해서 안주만들었을거야 아마."
"오~ 그러냐? 축하한다. 그런 의미로 술값 니가 계산해라"
"아니 그런건 아니구...."
정말로 정말로 진짜로 정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바가지 쓰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