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
아니아니....
술마시지 않은자의 슬픔.....
"다들그냥 가면 어쩌요... 한개만 이리 와봐요"
"저 싸가지없는 새끼 주둥아리, 우리보고 한개랜다"
함께 푸고, 마시고 할때는 좋더니만 이렇게 길에서 뒹굴러다니는 동료들 앞에서는 완전 안면몰수다.
"쟤들 어디든지 술 좀 께게 넣어두고 피로연장소로 와라 먼저 가 있는다."
뒤도 안돌아보고 2차장소로 가는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십장생들...
어쩌다 내가 이렇게 꼬붕으로 전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여기엔 나와 술에 쩔어 헤롱거리는 인간 두개(?)만이 남아있다.
"와이구.... 요하야 왜이렇게 갑자기 술이 확 올라온다니. 아주 죽겠다."
"그려? 그럼 죽어!"
갑자기 태양빛을 받으니까 술기운이 확 올라오는가 보다.
하나는 어깨에 걸치구 다른 하나는 목덜미를 잡아서 질질 끌다시피 목적지가 바로 코앞인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이다지두 멀구 험난하다.
"쫌 정신좀 차려봐요들"
꾸엒~~~~~
닝기리....
겨우겨우 주차장에 정차되어 있는 차안에 형 두명을 꾸겨넣고 나서는 한숨이 토해진다.
전생에 내 무슨 죄가 이다지두 많아서.
"야야 춥다 ~ 히터좀 틀어라"
"얼씨구 차 기름은 어디 하늘서 뚝 떨어져요? 그냥 옷 꾸깃 여미구 '얼라이브'하쇼, 난중에 와가지구 차안에다 오바이트 해댔으면
절단 낼겨, 명심들 하시구"
쌀쌀한날씨에 행여나 감기도 걱정되어 약하게 히터를 틀어놓는다.
또다시 걱정, 꼬락서니가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치 퍼져있는 가엾은 중생들, 공기 안통하면 숨막혀 죽을 것 같아서 창문도 살짝 열어놓고
편의점을 들러 생수한병 휙 던져놓는걸로 일단 수습은 끝내놨다.
이제 피로연장소로...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는다.
친구도 아닌 동생, 고향 후배 결혼식의 들러리 만찬이라니...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앞에서 담배하나를 꺼내어 심지가 다 타도록 피우는 이유도 왠지모를 서글픔이 한구석 자리잡는 이유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얼굴들이밀구 오늘하루 즐겁게 놀아 볼 심산으로 결심을 굳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어느 문구에서도 그랬잖아
피로연장소의 문을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