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어두운 저녁, 검은색 파티복장을 늙은 노부인이라고 해야할 여인이 샴폐인을 마시고 있었다. 자신의 손님들을 기다리면서 조그만 크리스탈 잔을 들고 이따금씩 그 속의 것을 홀짝이는 그녀는 하나의 행복한 책 속의 주인공처럼 생각되었다. 명백한 자기소유인 조그만 별장에서 그녀의 크고 작은 보석들이 비밀금고 가득히 차 있는 사실들은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다. 곧 있으면 올 이웃주민들은 자신의 사유지를 보면서 감탄을 할테지. 이 생각은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샴폐인을 더 따르기 위해서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찬 바람이 휙 하고 그녀의 몸을 감싸고 지나갔다. 그녀는 몸을 떨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그녀는 양쪽 어깨를 쓸어내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깥은 어두웠고 쌀쌀한 여름저녁이었다.
입 속으로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뒤로 도는 그녀의 눈은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런 이상한 것이 있었다. 그녀는 입속으로 부적을 외우며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치며 날카로운 단도로 그녀의 등을 쿡 찔렀다. 그녀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탐정의 첫발자춤
한 소녀가 눈을 빛내며 걷고 있었다. 어깨 정도 닿는 곱슬머리를 가진 소녀였다. 그 소녀는 다갈색 머리를 연신 만지작 거리며 걷고 있었다. 호주머니에 조그만 뿔테 안경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노라, 노라 B. 길슨 이였다.
노라는 부드러운 갈색 눈에 긴 속눈썹을 지닌 중학생이다. 훤칠해 보이는 키에 날씬한 몸매를 지닌 그녀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대채로 동그란 얼굴을 지닌 사춘기 소녀였다.
노라는 평범한 중학생이 아니었다. 그녀는 명탐정이었다.
작년 이때쯤이었다. 사물함을 단체로 털린 사건이 일어났엇다. 그녀는 학생부 선생님을 불러오라고 시킨 후 자신의 소견대로 현장 검사를 했고 빛나는 추리력으로 범인을 잡아 유명해진 그녀였다.
노라는 두 눈을 신나는 듯이 빛내며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복도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가끔씩 이렇게 불려가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노라는 나중에 다 보충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작년 점심시간에 일어났었던 그 사물함 사건을 해결한 이후로 거의 모든 선생님이 그녀를 동네 종처럼 부리는 것이었다.
노라에 대한 설명도 이쯤해두고 다시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녀는 벌써 교무실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 앞에서 귀찮은 듯한 미소를 짓고는 기계적으로 손을 올려 머리 끝을 매만지며 천천히 들어갔다. 윌슨선생님을 향하여 걸어가며 노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또 연필이나 핸드폰 그런거 잃어버렸던 게지... 뭐 맨날 그러니까..'
글로디아 윌슨 선생님, 전에는 학생부에서 학생들을 갈구더니 올해는 교무선생으로서 교무실로 올라가서 선생들을 갈구고 계신 선생님이었다. 노라는 윌슨선생님에게 천천히 다가가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윌슨선생님은 약간 미소를 지으며 "어, 길슨양 왔습니까?"하고 말했다.
"예, 안녕하세요."노라는 조그만 소리로 대답하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음, 노라양은 작년에 도난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지요?"
"예"
"그리고 지금은 교내 추리동호회 회장이기도 하지요?"
"예"
"그럼 이걸 한번 해보지 않겠어요?"
윌슨선생님이 노라를 향해 가볍게 던진 것은 편지였다. 아니 거의 쪽지라고 하는 것이 좋을 만큼 작은 종이였다. 편지의 내용은 대략 가벼운 사건이 일어났는 데 혼자풀기도 조금 뭐하고 한데 이 학교에 장래가 아주 유망한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모아서 사건을 해결하도록 하고 싶으며 실수하는 부분은 자신이 살짝 고쳐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뭐, 그러니까 못 풀겠으니까 제발 학생들을 보내주세요. 이런 뜻이네, 뭐.'
윌슨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이 편지에 나와있는 데로 꽁짜로 추리법을 가르쳐주신다는구나. 뭐 유명한 탐정님께서도 오신다니까 한번 가보는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그 분께 편지를 보내서 너를 보내겠다고 했다. 뭐 공짜이기도 하고 거저준다니까 받아야겠지 않니? 물론 싫으면 안해도 된단다. 하지만 나는 말이다, 노라. 나는 네가 이 것을 수락할 것을 알고 있어요. 평생동안 손꼽아 기다릴 멋진 기회잖니? 만일 네가 이 일을 맡지 않는다면 너는 평생 후회할 거란다.
어쩌면 네가 이 일을 잘 해결해서, 그러니까 이 사건을 잘 해결함으로서 실력이 있는 것이 밝혀지면 뉴욕같은 곳으로 불려가지 않겠니? 게다가 나중에 네가 커서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크면 너를 경시청이나 경찰본부에 공짜로 써 줄지도 모를 일이잖니?"
노라는 어벙한 상태였다. 윌슨선생님이 계속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머리속에서 이것 저것이 크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유망한 선후배들을 이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자랑스러웠지만 32명 전부다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노라는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유명한 탐정이라면 바로 그?'
바로 그 유명한 탐정에 대한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지금 한창 전성기로 활동하고 있고, 모든 흉악범을 잡아 넣겠다고 선언한 그 탐정은 셜록 홈즈의 귀신같은 실력과 엘러리 퀸의 인간성을 합친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뉴욕시에서 생활하며 활동하고 있었으며 뉴욕시 경찰본부는 그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뉴욕시의 경찰본부는 그 탐정에게 늘 생각거리를 조달했고 그는 그 놀이감을 받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노라의 머리속에서는 자신이 흠모하기도 하고 최상의 라이벌이자 우상인 그 탐정을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출렁이고 있었다.
노라가 멍하니 생각하며 듣지 않는 그 순간에도 윌슨선생님은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곳에 가서는 얌전히 행동해야 되! 뭐좀 알고있다고 떠들지도 말고 잘난척도 하지마! 무조건......."
갑자기 노라가 끼어들었다. "언제 가면 되나요? 그러니까 약속장소와 시간은요?"
노라가 너무 갑자기 끼어들자 윌슨선생님은 깜짝 놀라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여름방학이니까 방학식 날 만나면 된단다. 학교앞에서 오후 두시 30분까지란다"
윌슨선생님이 다시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학생신분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가지 말아라.. 게다가...."
노라는 일어서며 말했다.
"곧 종이 울리니까 얼른 교실에 돌아가야 겠어요. 안녕히 계세요."노라는 정중히 인사한후 당황해하는 윌슨선생님을 그대로 놓고 교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교무실 문 앞에서 노라는 갑자기 뒤로 돌며 윌슨 선생님에게 말을 던졌다.
"실례지만 저는 뉴욕 경찰본부에서 일할 생각은 없어요. 만일 제가 경찰이 된다면 저희 아버지 밑에서 일할 것이고, 탐정이 된다면 지금은 은퇴한 멋진 제 외삼촌도 있으니까요. 그럼 전 이만."
교무실에서 나와 영어교실을 향해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그녀는 생각했다.
'흠, 그러니까 나를 이용해서 학교의 명예를 되찾겠다 그것인가? 그래도 이번은 정말 좋은 걸. 낚시에 비유하자면 씨알이 좋아. 음, 그 탐정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노라는 깊히 생각하면서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노라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영어교실의 문 앞에서도 행복한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교실로 돌아온 노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을 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위대한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날
방학식이 끝났다. 모든 애들이 함성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노라는 빠삭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려갔다. 에닐슨 사립 중학교에 다니는 노라는 자신이 유명해지자 곧 교내추리동호회를 조직, 그리고 자신이 회장을 맡았다. 노라의 성공으로 자신도 유명해지고 싶은 여러명의 아이들이 추리동호회에 가입을 했고 노라는 자신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멋진 트릭이 가득한 추리퀴즈를 만들어 풀도록 하곤 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가끔씩 들려주시는 과학적인 수사방법, 이런것도 모두 가르쳤다.
"안녕, 여러분? 즐거운 방학 되시고, 방학이 됬어도 계속 만나야 된다는 것 알지? 자 이것은 비상연락망. 중요하니까 잃어버리지 말아. 이것은 우리학교 추리동호회 홈페이지 주소. 이미 다 알고 있지? 이봐요 선배들! 가입안했던데 좀 하시죠? 참! 그리고 홀리스 김은 오늘 두시까지 여리로 나와, 알았지? 활동하기 좋은 옷을 입고 올 것! 암튼 오늘은 이만 해산!" 노라는 이렇게 짤막한 연설을 끝낸 후 한숨을 쉬었다.
노라가 말을 끝내자 모두 구름처럼 흩어져 달려갔다. 마치 초등학생들처럼 와하고 함성을 내지르면서...
노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가방에서 사복을 꺼냈다. 흰 반팔 블라우스에 발목위로 겨우 10센티정도로 올라가는 긴 하늘하늘한 주홍빛 치마를 꺼냈다. 노라는 그것으로 갈아입고 교복을 가방에 넣은 후 자전거에 올라타 에베타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에베타 도서관은 노라가 사는 곳-뉴욕시 옆의 아주 조그만 마을-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도서관이었다. 그 곳은 노라에게 최상의 공간이었다. 작지만 풍부한 자료실에서 노라는 범죄학계론이니 독극물이니 하는 여러 책들을 빌리고 정보검색을 하는 귀중한 장소였다.
여기서 잠깐, 위에서 노라가 부른 홀리스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그 다음은 홀리스 김, 한국인 재외동포 3세라고 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독학으로 완벽하게 깨우쳐 욕 같은 경우는 외국어로 뇌까리곤 했다. 약간은 괴짜아이였지만 부드럽게 신문하여 정보를 캐내는 그녀는 뛰어난 실력의 광부였으며 눈으로 척 봐도 그것이 금인지 은인지 구분하는 그녀는 여러가지 정보를 잘 판단하였다. 금광속의 광부처럼 그녀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상황정리를 무척 잘했다. 중학 1학년인 홀리스는 중간정도의 키에 검정색머리를 두갈래로 땋고 다녔고 어쩔때는 검정색, 어쩔때는 갈색, 가끔씩은 진한 노란색을 보이는 이상야릇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정도로 해두고 노라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노라는 도서관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몇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할번 했으나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20분간 달려서 도서관에 도착, 자전거를 주차, 열쇠를 채운 후 공중전화박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집에 전화해서 간단히 용건만 전했다.
그리고 전자정보실로 달려갔다. 캐비넷에 100원짜리를 넣고 열어 가방을 넣은 후 열쇠를 뽑아 호주머니에 넣었다. 컴퓨터 하나를 빌린 후 호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검색하고 찾더니 수첩에 열심히 적고는 회심에 찬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정보실로 들어가 열심히 무슨 책을 찾았다.
드디어 두시가 되었다. 홀리스는 정시에 문방구 앞에 도착했지만 노라는 두시가 오분이나 지나도 오지 않았다. 10분이 지났다. 20분이나 지난 후에야 노라는 자전거를 타고 끙끙대며 달려오고 있었다. 노라가 맨 가방은 무엇이 들었는지 불룩했다. 자전거가 멈추고 노라도 멈췄다.
"안녕 홀리스? 늦어서 미안. 이것저것 하느라구, 흐흐. 원래 그 사건 책임자는 30분에 만나. 내가 너하고 얘기 좀 나누려고 일찍 부른거야. 그런데 내가 늦어 버렸네? 진짜 늦어서 미안."
노라는 띄엄띄엄 말하면서 헉헉 대다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면서 물었다.
"우리들이 해결할 사건들에 대해서 조사해왔니?"하고 묻자 홀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알겠어?"하고 노라고 묻자 홀리스는 흠칫하면서 놀라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홀리스는 몽롱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선배님은 조사해 오셨나요?"
노라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럼, 물론 해왔지. 그리고 조금은 짐작이 가."
그러더니 한번 더 싱긋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경찰들이 이 사건을 풀면서 매우 힘들게 풀고 있음이 틀림없어. 내가 설명한 그 편지의 내용이 좀 역설적이지. 아, 그리고 이번에 우리 학교 학생을 소집한 것이 그 책임자의 생각이 아니었어. 그것은 이 사건에 개입된 그 유명한 탐정이 한번 해보라고 한 것이라나? 아주 훌륭한 생각이지. 분명한 사실 하나는 경찰이었다면 절대로 학생은 소집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 때였다. 어떤 조그만한 자동차 하나가 멈추더니 물었다. 창문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오픈카였기 때문이다.
"안녕 얘들아? 너희들이 에닐슨중학교 추리동호회 회원이니?"하고 물었다.
노라가 얼른 말했다.
"예, 맞아요. 아저씨는 경찰본부의 경감님들중 한사람이시겠죠?"
그 사람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렇단다. 자, 차에 타거라."하고 말했다.
노라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재빠르게 말했다. "증명이 필요해요."
그 사람은 다시금 껄껄 웃더니 지갑을 꺼내어 그 것을 열어 뱃지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금빛의 방패모양의 뱃지는 노라와 홀리스의 고개를 끄덕거리도록 움직였다.
노라와 홀리스가 탑승하자 자동차는 곧 출발했다. 자동차는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 내리막기를 내리귿듯이 내려왔다. 5거리가 나오자 경감은 차를 2층집이 즐비한 큰길가로 차를 몰았다. 그러자 홀리스가 몽롱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이 쪽은 사건현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에요. 사건 현장은 72번가의 숲에 있는 별장이잖아요. 어디로 가는 거죠?"
경감이 천천히 말했다.
"지금 데리러 갈 사람이 하나 있다."
곧 차는 어떤 이층집앞에 멈춰섰다. 빨간 벽돌집의 검은색 용무늬 대문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얇은 코트를 입은 한 아이가 서 있었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올리고 단추마저 반듯하게 돌려놓은 듯 했다. 코 위에서는 검정색 뿔테 안경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경감이 자동차를 멈췄다. 그 아이가 가까스로 자동차에 올라타자 경감은 출발했다.
그 아이도 8학년 쯤 되보였다. 경감은 사건현장을 향해 달렸다. 한참을 달렸다.
차 속에서 흔들거리면서 노라는 꽤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꼬마 하나 태우려고 돌아갔단 말이야?'
노라가 이런저런 생각하는 동안 차는 비포장 산길로 들어섰다.
구불구불 덜커덩 두구두구...
자동차 바퀴와 여러 크고 작은 돌들이 부딪치는 순간 그 아이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마치 저번에도 와봤다는 말투다. 노라는 잘난척한다고 생각하면서 딱 질색이라고 생각했다.
-도착
경감이 운전하는 차는 비포장도로를 20분정도 달린 후 어떤 별장앞에 멈춰섰다.
그 집과 마당을 노란색 띠로 두른것을 보니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집의 뒤쪽은 쭉 나무로 뒤덮여 있어서 살인자가 도망쳐도 못 찾을 것 같았다. 1층짜리 작은 별장이었는데 아무런 장식도 하지않고 모조리 나무로 뒤덮힌 목조주택이였다. 앞마당은 잔디에 사이사이에 보라빛 꽃잔디가 불쑥불쑥 자라고 있었다.
경감이 말했다. "자, 이제 다왔다. 이제 고백하자면 이번 사건은 내가 담당한 사건중에 제일 어려운 것이다. 그때 유명한 탐정님께서-이 때 경감이 손으로 그 역겨운 꼬마의 어깨를 두드렸고, 그 꼬마는 인사하듯 고개를 까딱했다.- 한번 다른애들의 말도 들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더구나. 나는 끝까지 이런 극비사항을 아무에게나 알릴 수 없다고 했으나 이 녀석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어. 만일 그것이 싫으면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유명한 애가 있으니 걔라도 부르라고 하더구나. 결국 나는 그런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냈고, 결국 너희들을 만난 것이다."
그 순간 노라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면 그 편지 속의 그 탐정은 제가 생각한 유명한 탐정이 아니었군요!"
노라는 거의 울상이었다. 갑자기 경감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하고 그 유명한 탐정이라는 직위를 수여받은 그 아이마저도 싱긋 웃었다. 홀리스도 곧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노라는 자기가 한 일을 깨닫고 '흑'하고 숨을 들이키더니 두 귀가 새빨갛게 변했다.
그 순간 경감이 웃음을 멈추며 말했다.
"그렇단다. 그 유명한 탐정이란 이 옆에 앉아있는 아서 로이드이고 네가 기대한 그 유명한 탐정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은, 이 사건을 맞지 않았단다. 자, 난 너희들에게 진실을 밝혔다. 그리고 너희들도 너희들 각자의 진실을 밝히거라."
경감이 말하자 그 역겨운 꼬마는 킬킬대다가 싱긋 미소지었다.
그 유명한 탐정이라는 역겨운 꼬마는 일어나더니 짐짓 잘생긴 척 미소지으며 천천히 말했다.
어쩌구 저쩌구..
노라는 듣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다만 자기 자신이 속았다는 기분만 하염없이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그녀는 이 세상에는 여러명의 명탐정이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명탐정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을 그 편지를 봤을 때 알아차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라는 자동차에서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 아이를 바라 보았다.
아서는 자신의 동갑내기였다. 굉장히 갸름한 얼굴에 커다랗게 빛나는 회색눈에 미소를 짓거나 웃으면 오른쪽 볼에 볼우물이 패였으며 입을 벌리면 반듯한 치열이 보였다. 그리고 이 더운 여름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아서는 싱긋 웃었다.
"학교에서 정말 노라의 소문이 자자해. 열심히 다니지도 않고 툭하면 결석하는 -어쩔 수 없잖아. 어린 탐정은 원래 그런다고-나로서는 그다지 친구가 많지 않은데도 그런 얘기를 다 듣고 말이야. 뭐, 귀만 귀울이고 있으면 다 들리는 걸?"
노라는 갈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아서 로이드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자신도 우리 학교에 몇 안되는 남학생 중에 명탐정이라고 -자기보다 더- 유명한 아이가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몇반인지도 모르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관심도 가지지 않았었다.
얼마전 새로 자신의 동호회에 가입한 아이는 아서 로이드라는 이름을 말하면서 가입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게 쟤였구나.'
노라는 아서 로이드를 천천히 살펴보며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경감과 그의 일행은 자동차에서 내려 잔디밭을 걸어갔다.
경감은 걸어가면서 심각한 얼굴로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아주 미묘하단다. 증거가 거의 없어. 우리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점이다. 용의자도 있단다. 그런데 모든 용의자가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어. 공범이라고 하기에도 힘들단 말이야. 이렇게도 몰아도 안되고 저렇게 몰아도 안된다.검시관의 말로는 7월 17일쯤 즉, 시신 발견 당시 3시간 전쯤 죽었다고 하더구나. 용의자들은 거의 모두가 이 여인이 파티를 열어서 그것에 참석하러 왔다고 하더구나. 문제는 다들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한톨 안나는 사람들이야.
이 여인은 혼자 살고 있는 모양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원수질 일도 없다고 그녀의 딸이 말하더구나. 그래서 우리는 이 사건의 동기를 금품 때문에 일어났다고 단정지었다. 없어진 것을 물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 딸이 어머니가 죽었다는 말을 듣자 곧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몇마디 물어볼 수가 없었어. 뭐? 아! 딸은 93번 거리에 있는 자기 소유의 조그만 주택에 살고 있단다.
사건 현장에 발자국이라도 남아있으면 좋을텐데 이 앞이 쭉 벽돌이라서 발자국이 전혀 없어. 그리고 유일한 발자국은 손님들의 발자국이고 말이지."
그러더니 경감은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 곳은 마당이 끝나고 현관 바로 앞에 있는 자그마한 꽃밭이었는데 굉장히 조그만 데이지 꽃이 빽빽하게 모여서 만발하고 있었다.
갑자기 홀리스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 여인은 미신을 믿고 있었나요?"
"그렇다. 집안에 빽빽히 들어서 있는 종교도구를 보면 알 수 있단다. 우리가 흔히 종교하면 볼 수 있는 십자가나 목탁같은 것이 아닌 희안한 것들이 있다. 부적이라든가 점치는 젓가락, 게다가 그 뭐냐 짚으로 만든 사람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 어떻게 알았니?" 사라가 푸른 눈을 뒹굴리면서 간단히 답했다. "이것 좀 보세요. 현관바로 앞에 데이지 꽃이 만발해 있지요? 이 마당을 보면 잔디 외의 다른 것들은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런데 이 앞에만 데이지 꽃이 만발해 있는 것은 한가지로 밖에 추측할 수가 없어요. 이 사람은 미신을 믿은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올때 제일 먼저 데이지 꽃을 밟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했었거든요."
노라는 사라가 무척 자랑스러워서 어깨를 토닥거렸다.
경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헛기침을 하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 곳에는 이상한 물체가 있었다. 쥐의 조그만 시체처럼 보였지만 시체는 아니었다. 모형도 아니었다. 무슨 지푸라기 비슷한 것으로 어떤 동물의 내장을 싼 후 그 위에 피를 뿌린 듯한 이상한 물체였다. 그 순간 노라와 홀리스는 숨을 들이키더니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경감이 말했다. "이 것은 닭의 뱃 속을 빼내 지푸라기로 싼 것이다. 피는 사람의 피더구나. 검시관의 말에 의하면 죽은 여인의 피라고 한다. 그래서 경찰측은 모두 여인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만은 아주 희귀한 민속신앙일거다. 사건에는 관련이 없고, 너희들 겁주려고 보여줬다고 생각하려무나. "
경감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아이 하나하나를 쳐다보았다. 명탐정은 뒷짐지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홀리스는 필기도구와 연필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경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별장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별장은 아주 작았다. 1층짜리로 계단도 없었다. 넓은 주방이 현관 오른쪽에 있었다. 현관 앞에는 방이 5섯개가 나란히 있었다. 주방과 방이 직각으로 만나는 지점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창고라고 씌인 작은 방이 있었다. 현관 앞에는 거실이었는데 소파가 아니라 여러 쿠션과 카펫 등이 잔뜩 갈려있어서 푹신하게 만들어 있었다. 손님이 오면 이곳에 모여서 같이 놀았던 것 같았다.
경감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 곳을 보렴.. 이 푹신하게 만든 곳에서 피해자가 죽어있었다. 보렴. 피로 젖어있지? 피는 모두 그 여인의 것임이 증명되었다. 이 시체는 비번 순경인 베이글씨가 제일 먼저 발견했어. 이웃집이라서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시에 부인과 함께 이곳에 와보니 죽어있다고 하더구나. 자 이 사진을 보렴. 이것은 시체 사진이다. 무엇을 발견할 수 있겠니?"
경감은 싱글거리며 말했다.
홀리스가 말했다.
"등에 칼이 찔렸군요. 머리카락이 약간 빠져있는 것으로 보아 머리칼을 잡아 당기며 살해한 것 같아요. 움지기지 못하게 하려고 함이겠죠? 옷은 보라빛 위아래 하나로 된 치마잠옷이에요. 잠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깜빡 잠이 든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손목을 보세요. 이 손목시계는 알람도 되는 전자시계에요. 내가 지금 차고 있는 것과 같은 종이지요. 그리고 잠옷 깃에 레이스가 달린 치마 잠옷인 것을 보아 이 여자는 매우 여성적이고 편한 것보다 이쁜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 치마잠옷은 위로 올라가고 편안한 숙취를 취하기 힘들게 만들어요. 치마잠옷보다는 긴 파자마 식, 즉 옷도리와 바지로 나뉘어 있는 것이 더 편해요. 그리고 이 여자의 다리를 보세요. 털하나 없이 깔끔하게 깎여 있어요. 아까 제가 한 말을 증명해 주지오. 등에 난 칼자국 외에 다른 상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싸움은 없는 것으로 보여요. 뭐, 그것은 이 쿠션과 카펫이 깔린 곳이 울퉁불퉁 하지도 않고 흐트러지지도 않았다는게 증명하지요. 게다가 이 여자는 다잉메세지 같은 것은 남기지 않았어요. 그리고 즉사한 것이 틀림없어요. 뭐, 그런것은 의무검시관이 다 증명해주겠지만요."
경감은 미소를 지었다. 노라도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내 후배의 실력이 대단하죠? 보셨는지는 모르지만 저쪽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쪽에 검정색 자국이 나있어요. 저것은 분명한 핏자국이에요. 저 자국이 피라는 전제를 두고 생각해 보면 이 사건은 범인은 자다가 일어나서 부엌으로, 왜 가는지는 몰라도 부엌으로 가는 부인의 머리를 잡아당겨 칼로 찔러 즉사시킨 후 다시 자는 것처럼 눞인 거죠. 훌륭하잖아요?"
경감은 껄껄 웃더니 저번에 루미놀 검사를 해본 결과 핏자국이 맞았다고 했다. 경감이 노라에게 용의자 명단을 보내줄테니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노라는 얼씨구나 좋다고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밖으로 튀어나가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