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지연.
학연.
코드인사.
정경유착......
모든 세상의 부조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신문이며 언론, 뉴스데스크 엄기영은 어처구니 없다고 쓴소리를 해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팔은 안으로 굽는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지역출신을, 그리고 피를 섞은 가족들에게 더욱 애착을 느끼는건 인지상정이다.
서울대출신의 우수한 두뇌보다는
함께 어릴적 시골에서 빨개내놓고 한여름 물장난 하던 친구가 더 값지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와인을 대접받는 거래처 물주(?)보다는
이놈아야 저놈아야 이바구 터서 닭똥집을 안주삼아 포장마차에 들어서는 친구와의 소주한잔이 더 달다.
적어도 손익분기점의 기준을 정해놓고 허와 실을 저울질하는 방정식의 수학적 계산법을 산출할 필요성이 없이
지금 이시간,
고향이라고 하는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추상적인 명제를 앞에 두고
그 범주속에서 하나하나의 개체로 형, 동생, 동기로 나뉘어져, 다시 한데로 뭉친 하나로
옛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추억속에 녹아 스며든다.
이미 비워지는 500의 잔에는 또다시 500이 채워져서
아까는 죽으려고 하냐던 10000cc의 맥주는 마른오징어와 튀김, 추가안주와 함께 넘어선지 오래다.
간혹 혀가 꼬부라지는 목소리로 멀뚱거리는 동태눈에 점점 ....한소리 또하구, 한소리 또하구...
아날로그의 테이프가 직직 늘어져, 오토리버스 되듯 대화들이 시작되는거 보니까
이공간에서의 파장시간이 다 되어가는 듯 싶을때다.
"자리 옮길까?"
"지금? 오데로요?"
"얼큰한 숙취좀 무찔르게, 노래방이나 가자"
"어이어이~ 관두쇼. 지금 시간이 몇신데 노래방은 무신...."
"일마야 니는 왜그렇게 시간을 따졌샀냐. 오널 같은날 한번 먹구, 놀다가, 죽자. 한번 해보는기지"
"난 반대요. 생각을 해봐. 케케묵은 냄새 풍겨대는 형들하구 마이크 돌려가면서 놀게 생겼나?
적어도 노래방 갈려면 머리수에 맞춰서 도우미아가씨들 불러야는디..... 지금 그 아가씨들 맨 정신이겄어?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오늘 아침까지 철야 뛰구, 한참 꿈나라겠구만.... 그리구 생각만 해두 끔직햐.
형들 마이크 잡구 나오는 노래들 두만강아녀 두만강. 눈보라 휘날리는 흥남부두고."
"새끼가.... 눈물에 젖은 두만강이 어때서임마."
"아 요즘 시상에 노젓는 뱃사공이 으딨쇼. 바쁘게 변해가는 세상사에 맞춰감서 레파토리 18번곡 좀 바꿔봐요"
그렇게 2차 장소에 난항을 겪고 있을때다.
"형, 지금 피로연장소로 빨리 오라는데요"
"왜, 누가?"
"거기 피로연장소에 동생이 그러는데 사람이 없데요. 피로연장소에 계약손님은 오질라게 잡아놨는데 막상 사람이 없어서 예약한
술이구 안주구 주구장창 남아 돌고 있다는데요"
"결정났네 2차. 그리루 갑시다"
"에이~ 뭐야. 우리가 뭐 잔밥 처리하는 청소부여 애들 노는곳에 나이먹구 우리가 뭐핼라구 기웃거려? 난 안가!"
"아~ 쌔끼 참! 야 니는 왜그렇게.... 니가 공공의 적의 적이여? 좀 짜식아 다수의 의견에 협조좀 해봐라 임마"
"술이며 안주가 많이 남았대잖어 넌 '춘향뎐'도 안봤냐? 식탁위에 술이며 안주는 만백성에 피구,눈물이요, 떨어지는 촛농인디
그거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지구 하니까 암행어사가 출동하는거 아니냐임마. 그리구 니눈엔 걔들이 애들이냐?
옛부터임마 상투틀지 않으면 나이가 팔순이어도 애들인겨. 지금 너같은 인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알어?"
"왜그리 아까부터 날 못잡아 먹어서 난리요? 뭐 의견도 못내놓고, 이거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맞어?"
"민주공화국이 맞는게 아니구 계속 그렇게 엉까다보면 니놈이 뒤지게 맞는거여."
정말 피고,눈물이고, 떨어지는 촛농의 어사(御使) 몽룡이의 술과 안주를 바닥내면서 1차 호프집을 마무리해간다.
자연스럽게 2차 행선지도 정해졌고,
어수선하게 벌써 떡실신을 해가는 형들을 정신있는 부류들이 부축해 가면서 밖을 나선다.
눈이부시다.
이제겨우 시간은 오후 2시 조금 넘어서고있다.
어두침침한 호프집에서 한동안 있었던것이 시간개념을 상실시키고 있었던건가 보다.
'우엑~~~~~'
'내 저지랄할줄 알았어 쓰파아~'
대낮부터 술에 꼴아서 길가를 두고 오바이트 재껴대는 형들도 그렇다지만....
한심한 눈초리로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더 쪽팔리게 만든다.
우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