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상에 먹을게 없다.
한식, 중식, 일식....빽빽하게 쌓여진 뷔페 음식에 줄 서가면서 이것 집고 저것 집어들어도
한접시도 제대로 올라온게 없다.
알고보면 불만제로 때문이다.
비위생을 표적으로 삼아 이래두 먹을래, 이래두..... 이래두....
그렇게 방송 전파를 타고나니까
횟거리에도 젓가락이 안가구 면종류에도 젓가락이 사양이구. 해산물... 고기종류.....
과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냐' 싶다.
결과적으로 같은돈에 양 쪼금 먹게 만드는 요식업 사장들만 신바람 나게 생기셨다.
아까의 이바구는 식당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경기불황의 얘기들
명박이 얘기, 무현이 얘기.
주식현황이 한참 설전을 버리다가는 누군가가 픽, 삼천포로 빠뜨린다.
우리아들 감기가 걸려서.....
그러면 자연스레 이야기는 또다시 순화된다.
니아들 잘났냐. 내아들 최고다.
마누라는 이쁘고 니네 여편네는 바가지가 심하구.....
요점도 없고 소재도 없이 둥둥 떠다니는 주제를 하나 스윽 건져내서는
이런얘기, 저런얘기들이 식사시간의 즐거움을 충족시켜간다.
"형님 감사합니다. 어려운걸음 해주셔서"
어느새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도 그리고 재수씨도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까지 일부러 찾아와 인사를 건넨다.
"그래 결혼식은 끝난거야?"
"아니요 이제 폐백 드려야지요"
"바쁠텐데 어여 가라"
인생에 있어서 한남자가 한여자를 아내로 삼는것
그리고 한여자도 한남자를 남편으로 삼는건 일생일대 최대의 거룩한 행사인것이다.
그래서 혼례를 두고 인륜지대사라고 표현하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때부터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 되어버린 현대에는
인륜지대사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넉넉하고 여유롭지 못하게 후다닥 해치워 버려지는 결혼식이 되어있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이쪽 결혼식, 그리고 다음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저쪽 결혼식...
그렇게 오늘만해도 제한되 시간속에 이 웨딩홀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식만 예닐곱개가 넘는다.
제대로 인사도 나누기전 쫒겨나듯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신랑과 신부를 쳐다보면서 다 비워진 음식접시 옆으로
포크를 내려놓는다.
"언제 또, 명절이나 되어야 볼 수 있을텐데 오늘은 함께 어울려서 호프나 한잔 하러갈까?"
"지금요? 형 시간이 이제 오후 한시요."
"근데, 그게 뭐"
"뭔 대낮부터 술이요 술은, 카메라출동에 얼굴실릴일 있나? 요즘 젊은것들은 일두 않하구 대낮부터 개나발만 불어대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한심한 작태.... 뭐 그런걸로?"
"너는 진짜 은근히 밉상이다. 시골 니네집 양계장일 아버지 도와서 니 주둥이, 입좀... 닭이나 치구, 형들이 하자구 하면 예~ 하구 따라라임마 쫌."
"그래서 아까 내가 그랬잖아요... 쟤네 아버지 호적에서 쟤 이름 파버린다구...."
날씨는 진짜 끝내준다.
구름도 한점 없이, 아직 으스스하게 한(寒)기는 느껴지지만 어디 멋진곳으로 드라이브 나가기 딱 좋은 날씨다.
하지만 결국 형들 틈에서 이렇게 질질 끌려다니듯 술집을 찾아 배회하고 있는 나다.
운전 때문에 술도 마시지 못할 팔자인데.
고얀히 나한테 술값만 뒤집어 씌우기만 해봐 씨~
단단이 정신무장을 하고 표적에 들어오는 호프집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