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가운데 조명이 켜지고, 한남자가 들어온다.
갑 :(두손을 모으고 인사하며) 오늘도 저희 극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브루조아들만 가지고 다닌다는 그것, 몇분이나 가지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고가의 그것. 네~ 휴대폰이죠.(관객 웃음)
몇분이나 가지고 계시죠? 손좀 들어볼까요??
(관객중 몇명 눈치를 보다 웃으면서 손을 든다)
아 2분이요.. (웃으며) 부자신가봐요.(관객 웃음)
휴대폰 가지고 계신분들 전원 좀 확인 부탁드리구요.
에.. 또 저희 극단의 소식통이 이번에 새롭게 꾸며졌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마을 입구에 있는 레어씨에게 문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공연시작 하겠습니다! 큰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소리)
조명이 꺼지고, 잠시 정적.. 어딘가에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떨어진다.
그리고 공연장안에 건조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배우한명이
어둠속에서 무대 가운데 무엇인가를 두고 간다.
조명이 켜지자 무대 가운데 놓여져 있는 사과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조명속을 부유하는 흙먼지들 (아마 어딘가에 떨어진 그것에 의한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과를 중심으로 무대를 좌우로 갈라 양 끝 어둠속에 두남자가 서있다.
왼쪽에 서 있는 남자가 먼저 입을 연다.
A :(낮은 목소리, 건조하다) HAM! 저 가운데 있는 것이 뭔지 알아?
B :(객석을 구경하며, 무성의하게)TEL. 저건 사과야. 어느 지역산 인지는 알수없지만...
하지만 원한다면 레이쇼에게 부탁해서 알아볼께.
A : 사과라. 그래. 사과지.
A는 사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구두 뒷굽으로 밟아 뭉개버린다.
쿵소리에 관객들과 B는 놀란다.
A : 이봐 이제 이것은 뭐지? 아직 이것은 사과인가?
B : (짧게 한숨쉬고선) 뭐하는거야. 오늘은 또 무슨소리를 하려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며)레이? 여기 의자좀.
다른 배우 한명이 의자를 가져오고, B는 거기에 앉는다.
B에겐 이미 익숙한듯하고 그는 이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
A : 무슨 소리냐니. 지금 이게 뭐냐고 묻고 있잖아?
HAM 이건 뭐지?
B : (피식 웃으며) 그건 일그러진 사과가 아닐까?
A : (환하게 웃으며) 맞아! 그렇지! 이것도 사과지.
A가 처음 서있던 어둠속으로 잠시 사라지고, 돌아오는 그의 손에 정육면체의 종이박스가
들려있다. 무대 가운데 조명 아래에 박스를 올려두고선 B에게 질문한다. 아까보다 좀 더
눈이 빛나고 호흡도 가쁘다.
A : HAM! 이건 종이박스야 그렇지?
B : 음... 그렇지? 종이로 만들었고 모양은 종이박스 모양이니.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건 종이박스야.
A는 B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선다.
A : HAM! 박스가 어떻게 보여?
B : (A를 잠시 쳐다보고) 난 정육면체로 보이는데, 넌 다르게 보이나봐?
A : 아니야. 나도 그렇게 보여 정확히 정육면체야. 그렇게 보여.
(B의 팔을 잡고 박스 바로 앞으로 그를 끌고간다) HAM. 이젠 어떻게 보여?
B는 박스를 정확히 수직으로 아래를 향해 바라본다. 이제 그의 눈에 박스는
정사각형으로 보이게 된다.
B : 보이는대로만 말한다면 정사각형이지?
A : (기쁜듯) 그렇지? 그렇지? 정사각형이야.
이 녀석은 변화 무쌍하지.
A는 갑작이 박스를 짓밟고 두손으로 찟어버리기 시작한다.
배우 B는 당황한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며, 무어라 제스쳐를 취한다.
관객들이 술렁인다.
A : (숨이 가쁜 상태로, 한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쳐낸다) HAM. 이건 이제 뭐지?
B : (잠시 머뭇 거리다) 그건 찟어진 종이박스잖아. 아니 박스라고 할순 없고
찟어진 종이라고 해야겠지.
A : 어째서? 30초전 까지만해도 이건 종이박스 였어. 너도 그렇게 말했잖아.
종이박스는 형태가 사라지면 더이상 그 이름으로 불릴수 없는건가?
우린 어제 살아있는 꿩을 바라보고, 그것을 사냥해서 식탁에 올렸을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꿩이라고 이야기 했잖아.
B는 고개를 뒤돌려 누군가를 바라보며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다.
B : TEL. 너.... 지금 제정신이야? 왜그래.
A : HAM. 잘 들어봐. 우리 조상들은 이미 육식은 썩어 사라지고 그들이 머무른 시간은 영원으로
흘러가 더이상 시간이 아니야,
그런데도 우린 여전히 그들을 사람으로, 또 생전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잖아.
그런데도, 이것을 종이박스라고 부르지 않을 참이야? 난 이해가 안되는데?
B : 말장난 하자는 거야?
A : (표정이 굳는다) 난 지금 매우 진지해, 그 어떤 순간보다 진지하다구.
자넨 자네가 몇초 뒤 불의의 사고로 그 육신을 잃고 갈기갈기 찢겨진다면
그리고 그 동안 저지른 수많은 악행으로인해 영혼조차 사라진다면 스스로를
대체 뭐라고 부를 참이지?
B : (당황하며) 난 지금도 앞으로도 HAM이야. 당연한거 아니야?
A : 그렇다면 불쌍한건 이 종이박스 뿐인군.
이봐. 자네는 이 종이와 사과가 수백년 후에 썩어서
흙이되면 그 둘을 구별할수 있겠나?
B : 신이 아니라면 불가능 할꺼같은데?
A : 그 들은 흙이군.
그렇다면 자네는 이 종이박스를 자네가 인지하는 어떤 시점에서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에게서 모든
특별함을 앗아간 셈이되겠군.
B : 말장난은 그만하는게 어때. 불쾌한데. 그리고 이제 좀 제대로..
A : (생각에 잠기며) 음..
A는 잠시 조명에서 벗어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가 아까 전, 어딘가에 떨어져 있던
큰 포대자루를 끌고 온다.
B : TEL.. 그게..... 뭐야?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A : 음.. 난 이제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게 혼란 스러워서 말이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흙으로 돌아가는건 확실한 녀석이야.
B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꼼짝도 하지 못한다. A는 그런 B를 위에 좀 더 가까이 포대자루를
가져간다. 그리고 내용물을 보여준다.
B : (뒤로 넘어지며) LAND.... P.LAND!! 이 미친새끼! 너.. 지금..
야! 조명 켜! 빨리!
관객석이 술렁거린다. 앞줄에 앉아 있던 관객이 비명을 지르고 이내 극장은 아수라장.
A : (B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고 땅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탄다) 말해봐! 저건 뭐지?
뭐라고 부르는 거지? 응?
B : 미친 새끼. 넌 미쳤어.
A : 그렇지! 그래도 다행이야. 이 미친 세상에서 미쳤다는건.
미친 세상에서 정상이라면 그게 바로 미친거 아니겠어?
이 세상에서 난 도저히 정상으로 살아갈수 없는것 같거든.
그러니 둘 중 하나겠지? 정상이거나 더 미쳤거나. 안그래?
A는 두손으로 B의 목을 조른다.
B : 지금 대체 뭘 하자는 거야.
A : 널 도와주는 거야. 니 스스로 나아가지 못했던 그 한걸음
이건 적어도 자살은 아니니, 장례식 만큼은 제대로 치를수 있을거야.
B : 야! 야! 누가 좀!! 아악!!!!
붉은 조명.
B가 발버둥 친다. 붉은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 진다.
그리고 조명 OFF.
무대 조명이 켜지고,
배우들의 인사.
HAM, 레이쇼, TEL, 포대자루의 P.LAND왕, 관객역 엑스트라들.
안내원 갑이 무대위로 올라간다.
갑 : 이제 1부가 끝났습니다. 어떻게 재미있으셨나요?
(반응이 없다.) 아.. 마음속으로 다 전해 들었습니다.
앞에 남자분 많이 놀라셨네요. 진정하시구요.
(관객석 웃음)
여러분 일단 10분간 휴식하시구요,
에... 지금이 6시니까 6시 10분까지 입장해 주세요. 혹시
배우분들과 사진 촬영 원하시면 지금 앞으로 카메라 들고 나오시구요.
극장 입구에 쿠키랑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니까. 배고프신 분들은
이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잠시후에 뵙겠습니다.
시간은 6시 관객석에 조명이 켜지고, 화면은 서서히 어두워 지며 I.O
화면 오른쪽에 TO BE CONTINUE.. 라고 뜬다.
- 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