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의자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사람.
A : 그녀석은 정말 야비해요
B : 응? 뒤통수라도 맞았나봐요.
(고양이의 귀를 만지작 거리며)
A : 늘 그런식이죠.
B : 그렇게 머리가 나쁜편은 아니잖아요?
A : 그게.. 불가항력 이라구요.
언제나 나를 쥐락펴락 하고, 마구 흔들고
가끔은 아슬아슬 젠가처럼 몇개를 쏙 빼놓고 가기도 하고.
B : 음..
A : 요는, 언제나 공동행위자로 행동 하지만,
공동 책임자는 되지 않는거죠.
B : 다시 말해 죽도록 힘들게 해놓고선, 결정의 순간에는
꼭 한걸음 물러나서 지켜본다라.
A : 그러니 언제나 후회는 나를 자책하게 만들뿐이죠. 나만.
B : 운명이란건 언제나.
A : 알아요, 이렇게 핑계대고 원망 할 대상만 찾는 나약함이
B : 비겁하고 역겹다는 것도
A : 하지만 이렇게 라도 말하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어요
B : 일종의 자위죠
A : 배설같은거죠.
B : 내가 가지고 있지만 내가 못견디겠는.
맞아요. 운명이란 녀석은 늘 그런식이죠.
대관절 운명이란게 무엇이관데
잠자는 내귀를 부르고 지나가
밤잠 설치게 하는지.
얼쑤. 고양이가 앞발로 세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