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교생활은 모태 신앙으로부터 시작됐다.
할아버지, 어쩌면 증조부 때부터 였는지는 모르겠다.
'나'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하기전까지 그것은 내게
일상적인 예절과도 비슷했다. 그래서 거부감은 생기지 않았다.
거부감이라는 것은 기존의 무엇과 마찰에서 생기고는 하는 것이기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 거부감이 생길리는 없었다.
그것은 내게 '상황'에 대한 판단기준이 되었고, 또한 하나의 목적으로도
존재하였고 때때로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였을까.나는 새로운 이야기 들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판단의 기준' 이라는 책자들.
이것들은 내게 의무지어 지기도 하였고, 때로는 권유되기도 했다.
'나는 흥미로워 했던가? '
이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나는 습득해야 할것과
그렇지 않은것을 명확히 가르지 못했기 때문에 무방비 했던것은 분명하다.
다행이도
다들 틀린말은 없었다.
하지만 불행이도
같은 이야기들은 아니였다.
심지어 그것들은
수시로 개정판이 나왔는데. 번역본도 나왔으며
요약집들도 수시로 배달되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내 두눈을 통해 나를 침범하고
내 두귀를 통해 내 속으로 파고들었다.
몸속으로 들어온것들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빠져나가는 것이 정상인데도,
이것만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처음엔 심하게 충돌하고 엉키는 일이 없었지만,
하나둘 쌓여가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 충돌이 시작됐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거짓말처럼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믿고 싶지 않은 것들이 의외로 단단히 내속에 머무르게 되었다.
거기서 상황이 정리 되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치열한 과정에 살아남은 것들 조차도,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규범적이고 이상적인 말들은
내가 겪는 세상과 괴리되어 있을때가 많아서,
그 중간에서 나는 어느쪽에 서서 어느쪽을 판단해야 할지 알수없었다.
진실과 현실, 그리고 그것을 뒤집는 진실과 현실, 숨겨진 현실 진실,
그것을 다시 뒤집는...
나는 모순들 속에 서있는 기분이였다.
그 와중에도
새로운 진리, 종교, 윤리, 철학, 사고.. 기준이 되는 모든것들은 내게 계속 질문했다.
"왜?"
"어떻게 생각해?"
"이건 어째서?"
"이것 좀 봐"
그렇게
나를 쥐고서는 계속해서 흔들어 대었다.
나는 물살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었다.
버텨보려 했다. 계속해서 고민했다.
괴로워했다.
괴로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던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중간하게 알게된것들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내게서 가치판단이라는 것을
불가능한 지경으로 몰고갔다.
누구의 질문에도 확답을 할수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지겨웠다. 가능하다면 멈추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치지 않았다.
'이것 좀 들어봐. 이게 바로 진리야.'
신상 휴대폰이 쏟아져 나오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유일무이'한 진리들을 쏟아내었다.
계속 나를 불러세웠다.
'이걸 알아야 해! 이걸 들어봐! 맙소사 마침내 발견되었어!
선택받은 사람만이 들을수 있는거야. 너도 거기에 포함된거라고.
놓치지 마. 저건 틀렸어.
이것만 믿고 따라와.'
유행가사의 레파토리 처럼,
이전에 지나간 모든것을
유일하지 않은 모든것을
쓸어버리자고 했다.
나는 궁금했다.
"그러니까..
그걸, 세상 모든사람들이 듣고 보고 읽게 되면 더이상 이 세상에서 괴로움은 사라지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주세요.
이미 차고 넘칠만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주세요. 주세요
아..
세상에서 진정 무서운 것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
내가 반응하고, 인지한,
'알아버린 것들'
'알아채버린 것들' 이다.
그것들은
의사의 섬세하고 예리한 메스처럼
나를 가르기 시작한다.
나를 수술대위에 눞히고, 그 옆에 나를 세워둔채
옳은 것과 옳지 않은것을 가른다.
그리고 옳지 않은것은 내가 아니라고한다.
"이것 버려! 그것 버려! 버려! 버려! 버려!"
심지어 옳지 않은 쪽은, 내가 나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아니였노라'고 했다.
누군가는 나도 모르는 무의식이라하고, 또 누구는 습관된 나라고 하고.
어지럽혀 진것이라고도 하고, 병든것이라고도 한다.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야! 뭐해!
빨리! 빨리! 더 늦기 전에!"
이쯤되자 '나라는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좁아지기 시작해서,
나는 궁지에 몰린 기분이 들었고,
이 '좁아진 나'를 나는 어떻게든 넓게 해야만 했다.
(다시 칼질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된것으로.)
그래서
나는 나를 평가했다.
'내게서 적을 찾아! 찾아!
우선 나부터 그의 적이 되어야해'
스스로를 지우고 버려야 하고 바꿔야 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부끄러워 해야 했다
혼자있는 방에서조차 끊임없이 대화해야 했고
어떻게든 모순의 칼날들 틈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결국은
나를 나에게 조차 타자가 되도록 강요했다.
내게서 나조차도 갈라내려 한것이다.
어찌해야 하나.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신은 모든 인류의 손에 끌어내려 지고
갈기갈기 해체되었으니까.
나는 궁금하다.
나는 '무엇인가'로 '채워져진 것'일까
아니면, '나'로 '차있는 것' '존재 하는것'일까.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며,
두통은 심하고, 밤엔 편안히 잠들수도 없다.
왜 현명해 보였던
그 사람들이
아무말 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
조금 알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