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는 글이 잘 써지는 어느 날 밤,
이렇게 고통속에서도 글이 잘 써지는 것이
얼마냐 다행이냐며 시를 남겼다.
나는 지금 글을 쓸 수가 없다.
지금껏 달려왔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 자신이었고,
내 능력을 위해 내 앞날을 위해,
닥치는 대로 시도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고,
그렇게만 움직였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혼자 서있는 듯한 나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외로웠고,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이 줄었으며,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타인에 대해
객관적이려고만 하고 있었다.
타인의 장점보다는 단점만,
잘했던 것보다는 못한 점만,
강조점을 두고 살아왔다.
나를 높이기 위하여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그런 태도를 보였는 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하루하루를 반성한다.
윤동주의 거울처럼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내 얼굴을 매일 쓰다듬으며
나를 찾고 있다.
글은 쓸 수 없었다.
글은 혼자 서있는 사람에게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니까..
루이스 캐롤에게는 어린 소녀가 있었고,
디킨스에게도 부인이 있었고,
C.S 루이스에게도 톨킨이 있었다.
나에겐 누가 있었는가..
나에게는 모두가 있었지만,
나는 나밖에 보지 못했고.
그들의 마음에는 작은 생채기들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글을 쓴다.
글을 쓰고 있다.
그래, 이 기분이었다.
그래, 이 순간이었다.
나 자신과 오로지 나 자신만이 함께 있는 그 순간.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바로 그 순간이다.
내일 아침이 되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한다.
눈앞의 현실을 자꾸 부정하려하는 내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면서,
나는 나의 하루를 마감한다.
더불어 나의 고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