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조명의 어느 선술집.
두남자가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는다. 두 사람 모두
늦은 시각에 예고없이 만나게 되서 인지 편한 복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남자는 매우 격양되어 있는데 반해, 다른 한 남자는
무덤덤하게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문다.
조명이 밝아지며 두 남자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한다.
A : 아.. 진짜로 이해가 안된다. 하..내가 보면 그냥 쓰레기 수집
같구만. 왜 그라는지 모르겠다.
B : 그거 땜에 또 싸웠나. 재수씨 모으는거
A : 하.. 진짜 돌아 뿌겠다. 씨발.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내가
그거 좀 버리자 했다고 나가라 안카나. 하.. 더러워서 나왔다.
B : (담배 한모금 빨아 들인후)그래서 또 잘자고 있는 내 부르고?
재수씨 한 10년 모았제?
A : 어, 인자 집이 좁다, 좁아. 내가 손만 댄다 카믄 지랄한다 아이가
그리고 한 두어시간 강연하다. 아.. 생각만 해도 닭살 돋는다.
가는 꿈 먹고 산다 아이가. 그기 뭐라꼬..
B : 원래 글타 아니가. 세상에 '소중한거'라고 이름 써있는기 있나.
기냥 '소중타'카고 보면 소중한기지
A : 글킨 하지, 근데 내말은 저기 정신 못차리고 눈 디비지 갔고,
(혀를 차며) 으이그 으이그.. 그니까 가는 아다 아.
나이는 먹는데 대가리는 빈기라. 얼라 처럼. 나이를 다 어디로
묵는지 몰라.
B : 니는 뭐 어른이가 임마야. 어제 니도 월드컵 예선 보고 지랄
발광을 하드만.
A : 내는 그거 본다 캐서, 가한테 뭐 피해 줬나. 같이 봤는데.
하... 우리집 와바라 잘때가 없다 아이가. 사람이 현실을
볼쭈를 알아야 안되나. 가시나가 정신 못차리고...
B : 현실 가상 뭐 따로 있나. 그기 현실이지. 진짜 가짜 그런게 다
어딨노. 세상 있는거에 이름만 같다 붙이는 기지
A : 임마 또 선문답하네.
B : (담배재를 털며) 그런말 있다 아이가.
'바다에 나갈 배를 만들고 싶으면, 배 만드는 기술보다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배워라'
A : 누가 그라대? 금마 또라이네.
B : 아.. 근데 재수씨 머 모으신다 캤더라? 들었는데 까묵었다.
A : (한숨 쉬며) 달조각 있다 아이가. 우리 얼라때 박살나뿐 달.
그거 아직도 천지 빼까리로 많이 뿌리져 있는데, 그거 줏어 온다
아이가...
B : 맞다 맞다. 근데 재수씨는 그거 왜 모으는데?
A : 몰라. 지는 뭐.. 달 만들끼란다. 지랄....
그리고 지가 달 만들었다카믄 또 우짤긴데. 달이 뭐 지 혼자
빛나드나. 태양도 예적에 탈거 다 타서 인제 암것도 없는데.
씨발.. 달도 태양이 비챠줘야 빛나지...
B : 야야.. 그래도 니도 제수씨도 다 달보고 자랐다 아이가.
너무 그라지 마라. 오늘은 니도 집에 가면서 한개 줏어가라.
A : 몰라. 씨.. 술이나 시키자..
아. 근데 내 돈 안가지고 나왔데이.
B : ......
- 달이 차오른다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