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는 분명치 않다.
아마도 세상 처음, 마른 번개와 마른 장마, 마른 태양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할 때부터이리라.
나라는 단어가 생겼고, 너라는 단어가 생겼다.
단어가 먼저인지 존재가 먼저인지는 물을 새도, 생각할 새도 없이 시간은 무참히 흘렀고, 나라는 섬과 너라는 섬은 우리라는 바다에 떠 있게 되었다.
이 섬에서는 끊임없이 연기 솟아 올라 다른 섬에 대해서 구애의 신호를 보내고, 저 섬은 또 이 섬을 향해서 깃발을 들어 올렸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기에는 멀기만 멀어 그것이 최선이었고, 다른 소통을 위한 수단은 없었다.
가끔은 바람에 실려 닿지 않는 소리를 날리기도 했지만, 그 소리가 제대로 도착했는지는 이 섬도 저 섬도 모를 일이었다.
처음에는 섬과 섬을 가로막는 것이 바다라고 생각되었다.
바다가 없다면 언제든지 섬과 섬은 연결되고 섬을 벗어나게 되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어느 때인가 바다가 마르고 바위와 진흙, 모래가 섞인 바닥이 드러났을 때 섬들은 그 바다였던 자리를 외면하고 등을 돌렸다. 위대하고 두려웠던 바다의 밑바닥이 더럽고 지저분한 뻘과 알알이 흩어지는 모래, 울퉁불퉁한 바위 덩어리였다는 사실에 이유모를 분노와 배신감으로 섬과 섬은 오히려 멀어졌다.
다시 바다가 차오르고 푸른 물이 섬과 섬 사이를 가로질러 가득 채워졌을 때, 비로소 섬과 섬은 안심했다. 푸른 물에 잠기는 자기들의 섬뿌리를 느끼면서...
그리고 다시 이 쪽 섬은 저 쪽 섬은 그리워하는 연기를 피우고, 저 쪽 섬은 이 쪽 섬을 향해 깃발을 날리기 시작했다.
무참한 시간은 이렇게 다시 흘렀고, 여전히 섬과 섬은 그대로 연기와 깃발을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