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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바보들의 세상(37)

     날짜 : 2009년 11월 02일 (월) 5:51:31 오후     조회 : 2823      

현준이의 명언- 낙천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여지껏 보아온 사람 중에서 가장 낙천적인 인간은 현준이 녀석이다. 현준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나이만 먹어가는데도 결국엔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고 떠벌리는 대단한 낙천주의자다. 하지만 현준은 자신은 절대로 낙천주의자가 아니며 낙천주의는 사람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현준은 대학 다닐 때 대다수의 교수를 싫어했지만 가장 싫어한 교수는 이산 수학을 가르치는 여교수로 수업시간마다 80인생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면서 그 한번 뿐인 인생을 부정적인 사고를 하며 살지 말고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살라며 열변을 토하던 교수였다. 그 교수는 사람이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살면 이루지 못할 것 같던 일도 이룰 수 있다고 하면서 항상 병마를 이기고 살아서 돌아온 달타냥을 예로 들었다. 사실 나는 낙천주의자는 아니지만 그 교수의 말이 별로 잘못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준은 여교수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옆에 앉은 나에게 ‘또 시작이군. 저 형편없는 낙천주의론.’ 하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난 정말 저 따위 교수한테 수업 듣고 싶지 않아. 도대체 말을 하려면 뭘 제대로 알고 해야지.’ 하며 화를 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현준이랑 둘이서 매점에서 과자를 먹을 때 물었다.

“왜 그렇게 조미자 교수님을 싫어하는 거야? 그 교수는 수업도 잘 가르치고 별로 틀린 말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넌 대학 들어와서 여태까지 뭘 배웠냐? 틀린 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니. 틀린 말을 하니까 싫어하는 거야. 솔직히 그 교수는 낙천주의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어. 낙천적인 생각으로 살면 이룰 수 없을 거 같던 일도 이룰 수 있다니? 그런 개 같은 소리가 어딨어? 오히려 낙천적인 사고로 세상을 살 때는 미치지나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현준이 또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 한달이 지난 후 현준이의 말이 결코 허튼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는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은 바로 수업시간마다 인간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면 헤쳐 나가지 못할 게 없다고 말한 그 여교수가 노후를 위해 산 집이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되자 낙처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며 미쳐 버린 일이었다. 교수는 자신의 꿈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해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준은 언젠가 이런 얘기도 했었다. 미국 라디오 진행자가 월남전에서 살아서 돌아온 군인한테 어떻게 그 곳에서 살아 나올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 군인은 자신이 살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염세론자였다고 했다. 그 군인은 또 말했다.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어서 미쳐 버렸다고. 현준이의 말처럼 낙천적인 사고를 가지고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세상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여전히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면 기적도 일어난다고 한다. 정말 한심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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