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를 봤다.
중학생때인가 고등학생 때 인가 처음 나왔던 시리즈인데
낼모레 서른이 될 즈음에 끝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와, 뭐, 이런 재미있는 영화가 다 있냐 하고 다음편을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어느순간부터 개봉하면 반짝 반가워 하다가 이제 의리로 끝까지 본다.
오래 한결같은 마음을 무언가에, 누군가에 가질 수 잇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하여간 해리포터는 참 재미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그 장면에서 유일하게 어색하지 않았던 해리포터...ㅋㅋㅋㅋ
호그와트를 호령하던 해리포터도 결국 학부모가 되는 것이 이야기의 끝이었던 것 처럼, 특별함은 항상 평범함 속에 녹아든다는 크나큰 교훈이 있는 끝편이었다.
특별한 누군가도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일 뿐이다.
죽은 사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말거라.
살아있는 사람이 불쌍하지, 특히 사랑없이 사는 사람.
대충 요런 내용이었나?
무슨, 한국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덤불도어의 말씀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부재중 통화번호에 전화를 했더니 친구가 다음주에 결혼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여름에 시집간다고 했던 것은 같은데 일주일전에 딱~! 통보할 줄이야!
참 희한하게도 그 뒤로 부터 인사동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저~기쯤서 뭐했고, 저기도 가봤고 하면서 인사동에서 봄,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 그때와 같은 이십대이지만
지금나는 '파랗게' 젊지는 않고, '아직은' 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친구가 시집 간다는데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옛날옛적 인사동에서 보낸 추억이 갑자기 급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십대이고, 나는 아직도 젊지만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인사동을 기웃거릴 수는 없었다.
인사동에서 출발한 기억은 계속 흘러흘러 잊고있던 일들이 불쑥불쑥 생각났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말이다.
멜랑꼴리 안하고 버틸 수는 없지 말이다.
나이 먹어가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실감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한순간 실감을 하게 되는 부분이었나보다.
축의금은 얼마를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