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하는 회사인데도...
2주째 나에겐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었다.
그렇게 꼬박 14일을 매일 늦은시간까지 야근을 하다가 쪽잠을 청하고...
다시 야근...
흰 바탕에 깨알같이 떠 있는 수 많은 외계어들은 내 머리를 잠식했고...
사업기획부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새로운 기획안이 쏟아졌으며
컨텐츠팀에서는 기획을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해 나에게 드리밀었다.
다 처리하지도 못했는데 역시나 주문은 밀려들고...
중간점검차 갖게 된 미팅시간에는 무념무상... 말 그대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3월 말부터 진행된 프로젝트는 실질적으로 5월 중순쯤부터 시행이 되었고..
그간 픽스된 기획하나 없이 혼자 만들어보았던 로직을 부랴부랴 회사에서는
코어로 삼아 살을 붙혀가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코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되어버린터라 발뺌도 할 수 없었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로직에 살을 붙혀가면서 나에게 바라는 요구사항들은
한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렸다.
QA이 따위는 생략하고 간단한 테스트와 디버깅 과정을 거친 후 바로 사업부로 배포...
2주전만 해도 ver1.0 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오늘로써 ver 2.0...으로 진화했고...
이녀석이 진화한만큼 내 몸은 퇴화하고 있다.
7월 중순까지 끝을 내야하기에 아직 2주간 더 피말리는 싸움이 남아있다.
우리회사 입장에서 볼 때 이례적으로 의뢰를 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이기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결과물이 요구되었고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발등에 불 떨어져 개발부 각 팀에서 차출된 인원들로 급 결성된 12명의 용사는 2주간
치열한 전투를 치뤄야했다.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이 사업본부로부터 날아왔고 그제서야 사장은 얼굴을 한번
비추며 고생했다며 격려아닌 격려를 한다.
사장의 오른팔이자 우리회사에서 암묵적으로 간신배로 불리우는 인사과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사장을 쭐래쭐래 따라오더니 갑자기 이목을 집중시킨 후 한다는 말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거하게 한턱 쏘겠다는 것과 인사고과에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원들은 후한 평가를 부여하라는 사장님의 성은이 있었음을 큰 소리로 발표했다.
막말로 계약이 결렬되었다면 이 개고생을 한 나의 불쌍한 전우들의 넋은 누가
달래주었을까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아찔했다.
되려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더라면 인사고과에 빨간줄이 그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2주간 계약이라는 아득히 먼 고지를 향해 모두들 외줄타기를 한 것이다.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이고 그 조직의 수장이기에 이해는 하지만 오늘의 사탕발림보다
계약이 성사되기 전에 한번이라도 찾아와 얼굴이라도 비췄으면 오늘만큼
인간이 미워보이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간 일을 미뤄두고 기획안없이 방관해오다가 일이 급해지니 폭풍 기획안으로 개발부를
못살게 굴었던 기획부장은 마치 자신이 무언가 해냈다는것 마냥 사장 앞에서 으스대기 바빴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역겨워 속에 있는것을 게워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것만 같았다.
참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