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순
정지원님
불어터진 라면가닥같이 가을비 내리면
처음 입은 브라자가 갑갑해서
학교 오자마자 벗어버리던
열네 살 깨곰보 내 짝꿍 생각나네
틈만 나면 <창 밖의 여자>를 불러제껴
악, 오빠! 아수라장을 만들던
능청능청 휘어지던 목소리
이름보다 별명으로 통해
선생님들까지 조용순 또 자냐 하던
교복치마 무릎 위까지 돌돌 올려 입은
중2때 짤린 날라리 기집애
누구는 공고 오빠랑 눈맞아
동두천 어디에서 살림 산다고 하고
누구는 가수 되려고 서울 갔다는
디스코 하난 끝내주는
쌈 잘하고 욕 잘하던 작달막한 정순이
때 절은 포대기에 갓난애 들쳐업고
양손에 딸내미 둘을 어르고 때리며
중랑천 다리 우산도 없이 걷다가
마주치자 기겁하며 얼굴 돌리던
그옛날 내가 갖고 있던 학급비
몽창 들고 가출했던 기집애
레코드 가게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오리지널 조용필보다 내게는
더 진짜같던 다양한 레퍼토리
아직도 흥얼거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