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암 * / 안재동
마음의 암을 아시나요?
짐승에겐 없고 사람한테만 있는 병.
신체의 암보다 어쩌면 더 고통스러운,
혹은 더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소나무에도 암이 있다지요. 재선충병이라고,
소나무를 아주 말려 죽인다 합니다.
그 소나무 암처럼 외관상 관찰되지도 않는.
그렇게 증상이 잘 감지되지도 않고
그래서 치료도 그만큼 더 어려운 것이
마음의 암이랍니다.
일반 암과 달리 전염까지 되고요.
면역체계란 것도 전혀 없답니다.
아 참, 어떤 환자에겐 사랑이란 것이
특효약이 되긴 됐다더군요.
갑자기 실연에 빠지거나
굉장히 높은 지위에 힘겹게 올랐다가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추락하거나
억세게 운 좋아 엄청난 돈을 벌었다가
어느 날 알거지 되는 이들에겐
특히 잘 찾아오는 병이기도 하답니다.
이런저런 일로 늘 심하게 고통받거나
일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에겐
더 잘 감염되는 병이랍니다.
전문의도 없고 전문병동은 물론 없는
참 희한한 병, 근데
지금껏 누가 그 병에 걸려 죽었는지,
현재 환자가 몇 명인지 파악도 안 되고
진료기록이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는
그런 병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