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합시다 * / 안재동 헤엄칠 수도 없고 쪽배마저 없어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깊고 넓은 강 저편에 서 있는 그 사람의 어렴풋한 모습만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라마 촬영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여름내 무성하던 잎새들에 묻혀 마냥 행복하게 지내다 이제 외롭고 쓸쓸한 겨울 나목들은 시간만 가면 또 행복한 그 모습을 찾겠지만 세월 따라 잃은 많은 것들 다시는 되찾을 수 없어 가슴앓이만 하는 지금 내 모습 드라마 촬영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하찮은 추억거리나 자랑거리라도 있다면. 남들 쉬 가지는 부나 명예라도 있다면. 빈손 뿐인 내 삶의 역정은 드라마 촬영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제든 "다시 합시다."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