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 껍데기와 어머니 * / 안재동
사과와 밤, 감은 물론 수박이나 참외 등
제사상에 반드시 놓이게 되는 과일은
혼백이 수고롭지 않게 드시도록
껍데기의 일부를 칼로 잘라 올려야 한다.
그렇게 껍데기가 잘려나간 과일들,
이제 온전히 오래 보존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제 껍데기가 온전치 못하게 된 알맹이의
당연한 운명이리라.
오늘은 어머니의 제삿날,
상 위에 오른
껍데기가 잘려나간 저 과일들을 바라보며
나는 어머니가
과일의 껍데기와 같았다고 생각한다.
살아계실 적, 비바람과 뙤약볕 같은
갖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무던하고 악착같이 알맹이를 보호하였을.
어머니의 제삿날만 되면
마음이 늘
퀭하니 허전해지고 몹시 시려 온다.
제 껍데기를 잃어버린 과일의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