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마 위의 생선 * / 안재동
주택가 횟집 도마 위에 금방 놓인
파닥거리는 생선 한 마리.
동그란 눈동자 속에서 푸른 바다가 보이고
뻐꿈거리는 입에선
힘차게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한 손엔 식칼 다른 손엔 생선 꼬리를 붙잡고
도마 앞에 선 횟집 아저씨 모습에
당황하거나 무서워하는 이 아무도 없지만
터질도록 팽창해 가는 생선의 동맥이 보인다.
이 생선의 혈류가 지금껏 이 순간보다 빠른
속도로 흐른 적은 아마 없었으리라.
살림하는 아주머닌 도마 위 올려진 생선 앞에서
머리부터 자를까 꼬리부터 자를까
두 토막을 낼까 세 토막을 낼까
머뭇거리기 일쑤지만
횟집 아저씨의 칼은
생선이 도마 위에 오르는 순간
어디가 어디랄 것도 없이 번개처럼
생선의 머리와 꼬리를 强打한다.
생선이 자기 머리 꼬리 지느러미들이
떨어져 나간 것을 느끼기도 전
아직 파득거리는 생선의 몸통을
예리한 칼날이 바람처럼 스쳐가고
이제 도마 위에 보이는 것은
보드라운 살점들.
살점과 분리된 뼈랑 머리, 꼬리들은
매운 고추장으로 뒤범벅된
냄비 속으로 던져졌다.
참 익숙한 아저씨의 동작.
그런 아저씨를 우린 가끔 도사라 부른다.
생선 잘 잡는 도사는
횟집의 유능한 일군이요 자랑거리다.
도마 위 금세 올려진 다른 한 마리 생선,
동그란 눈의 강렬한 눈빛이 내 눈을 찌르며
바다물을 연신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