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쥐고 변소에 간다 변소에 매다린 끈을
끊으러 간다 끈을 잡고 반쯤 서서 일 보던
당신의 몸속에는 숭숭 구멍이 뚫려 있었고
구멍들 중에 오래전 내가 살다 나온 구멍 하나;
나를 내뱉던 그날의 그 구멍처럼 변소가
뜨겁다 탯줄 같은 끈을 끊는데 우글우글 핏빛 똥통 속
구더기들 끓는 냄새 잉잉 파리떼소리
덩달아 내 온몸에 맺힌 땀방울이 끓는다
툭,끈은 끊어지고 .그러나 나는 왜 아직도 갇혀 있나?
자궁 속 태아 자세로 웅크리고 있는데
점점 밀려오는 환한 빛; 고개를 숙이고
빛을 향해 나는 머리부터 먼저 내밀고 나가는데
누군가 내 머리를 쭈욱 잡아빼고 있다
바짝 곤두서는 머리칼! 나의 몸이 솟구친다
빛이 입속으로 들어와 빛을 먹여준다
빛을 입에 물고 빛에 안겨 숨막히는 이 순간
나를 꼭 안았아가 다시 놓아주는 빛, 한없이
나는 떨어져내리고 빛은 사라져서 그늘진
마당에 주저앉아 나 이제 숨 쉰다 희뜩희뜩
엄마를 죽이고 나온 신생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