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 / 안재동
나무 위엔 많은 새둥지들이 있고, 둥지 입구, 모두 새알처럼
동글동글 하다.
기민하게 나무 기어오르는 색깔 누런 뱀 한 마리,
긴 몸뚱아리에서 살기가 꿈틀거린다.
남의 영역 침범하면서도 제집 들어가는 것마냥 염체라곤 없다.
소리 없이 점점 둥지 가까이 다가가는 뱀, 어찌 눈치를 챘는가,
새들, 둥지에서 와르르 뛰쳐 나가고 있다.
이 둥지 저 둥지 가리지 않고 머리를 쑥쑥 집어넣는 뱀.
적의 기습 경보를 감지 못했거나 몸이 불편했거나
너무 어려 날 수 없어 둥지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새 몇몇,
오금만 저리고 쪼그려 있다 뱀 입으로 쏙쏙 집어삼켜지고 있다.
둥지를 뛰쳐 나온 어미 새들, 뭘 어쩌지 못하고 그저
뼈가 부러지도록 날개 파득이며 안절부절, 둥지 주위를 돌며,
뱀 몸통 쳐내릴 번개라도 구할 요량인지 마른 하늘 향해
온몸으로 울부짖는다.
지난 어느날 뉴스에 나왔던, 생활고 탓이었던가
어린 세 자녀, 고층 아파트에서 떠밀고 따라 뛰어 내린 어머니,
너댓살 먹은 아이, 날마다 온몸 피멍 들도록 학대한 아버지,
용돈 적다며, 나쁜 행실 나무란다며 부모 구타한 젊은 자식.
저 새들이나 뱀들의 사회에도 그런 어미, 아비, 자식이 있을까.
새도 뱀도 성장 후 떠나면 두 번 다시 제 자리 돌아오지 않고
제 어미조차 알아보지 못한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