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거리고, 그 그늘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사랑은 위안이다..
08.23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발딛은 현실 때문에 한번 찾아가는 것도 힘이 들 때,
내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 너무도 늦게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때,
아직 우리의 사랑과 우정이 꽃피우기 이르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시를 찬찬히 읽어보세요^^
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만남이
바로 내가 발딛은 이 곳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