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세상 * / 안재동
태초에 어느 시詩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시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의 자식과 손자와
그 손자의 자식들이 생겼다.
그런 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의 나무가 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이 되기도 하고
가지가지의 곤충이 되기도 하였다.
어떤 시는 저 하늘의 별들이 되고
바람도 되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시는 계속 그 자식을 낳고 있다.
사람이 시와 결혼하기도 하고
시가 나무와 새와 곤충과
하늘의 별과 바다와 꽃과
무생물과도 끝없이 짝짓기를 한다.
지구의 가장 차가운 곳에서도
우주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시는 언제나 반딧불처럼 생생하게
몸을 반짝거리며
세상을 따뜻하고 밝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