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시
열차는 더이상 가지 않는다
인수봉에 보름달은 떠 있는데
당고개역에 내린 중년의 맹인
흰 지팡이를 꺾고 벽에 기대 앉아
동전을 헤아린다
열차도 집에 가서 잠을 자야 하는데
밤은 불빛조차 한점 허락하지 않는데
인수봉에 떠오른 보름달을 헤아린다
오늘 하루도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더 어려워
마누라도 없는 동전만한 사내
톡톡 지팡이로 보름달을 치며 길을 떠난다
열차를 끌고 단란주점 지나
당고갯길을 혼자 오른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작과 비평사)> 시선집 161.
정호승 詩人.
말하지 마라. 네 입은 작다.
- 이누이트 격언
08.18
밤 열두시,,,시도 열두시쯤에 올렸네요ㅋㅋ
외롭고 쓸쓸함이 묻어나는 늦가을같은 시
감상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