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하는 동안 선생님은 점점 감정이 북받치는 듯 했다.
'정말 선생님이 힘들겠구나!'
엄마는 생각하였다. 바로 그때 선생님이 한층 더 큰 소리로 덧붙였다.
"게다가........"
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선생님께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있었다뇨?"
선생님은 물론이라는 듯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또' 라고 말씀하셨지만 셀 수나 있을 정도면 이렇게다른 학교로 가 달라고 부탁 드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선생님은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나서 조용히 엄마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제 일입니다. 언제나처럼 또또가 창가에 서 있기에 '또 거리의 악사를 기다리고 있군'하고 생각하고 수업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잠시 후 또또가 큰 소리로 '뭘하고 있니?'하고 누군가에게 묻는 것 이었어요.제 쪽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가 때분에 '누구일까'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커다란 목소리로 '으응?뭘하고 있냐교?' 하고 되묻더군요. 저도 상대방이 굼금해져서 귀를 귀울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더요.따님은 그래도 열심히'응? 뭐하고 있어?'하고 계속 물었습닏. 도저히 수업을 할수가 없더군요. 도대체 누구에게 저러나 싶어 결국 저도 창가로 가서 위를 쳐다보았어요. 뜻밖에도 교실 지붕 아래에서 제비가 둥지를 짓고 있는것이 보이더군요. 그 제비에게 묻고 있었던거예요. 저도 교육자로서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니 그런것을 우습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공부 시간에 그렇게 제멋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생 엄마는 뭐라고 사과를 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어쨌든 무슨 말이라도 막 하려는데 선생님이 먼저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이런일도 있었어요. 미술 시간 이었죠. 아이들에게 국기를 그려 보라고 하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모두 도화지에 잘 그렸어요. 그런데 또또는 군함기를 그리더군요. 그것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갑자기 그 군함기 테두기에 술을 달기 시작했어요.'도대체 어디에서 군함기를 보았을까' 생각하느라 잠시 한눈을 판 사이였죠. 또또는 노랑색 크레용으로 책상에까지 술을 그리고 있었어요. 도화지 가득 깃발을 그렸기 때문에 술을 그려넣을 여백이 없었던 것이죠. 책상위는 온통 샛노란 크레용 투성이 였어요. 아무리 닦고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어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술을 세 면에만그렸다는 것입니다."
엄마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물었다.
"세 면이라면?"
선생님은 피곤하다는 표정 이었으나 그래도 친정하게 대답했다.
"깃대를 왼쪽에 그렸기 때문에 술을 그릴수 있는 곳은 세 면밖에 없었던 거죠."
"예, 그래서 세면만......"
엄마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곧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순 대신 군함기의 깃대가 역시 책상에까지 삐져나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