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꽃 사랑
유준석
하루 해가 저물어
붉게 물드는 하늘을
말없이 창가에 서서
바라보던 어느 날
그대 모습으로 화한
하이얀 백합꽃이
활짝 웃으며
피었습니다
그대의 나에 대한
사랑이 암술이라면
나의 그대에 대한
사랑은 수많은 수술이
아니라 그대를 감싸주는
통모양의 꽃잎입니다.
창물을 열어 넘어져
들어오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백합꽃 곁으로 다가갑니다.
너무나 하이얀 꽃잎에
저녁빛 붉게 물들은
하늘을 금방이라도
모두 빨아들일 듯 합니다
백합과 그대모습이 겹쳐
그대 생각이 가련해
백합의 안위는 생각치 않고
한송이 꺾습니다
그리고는 그대의 사진없는
나의 책상 한 가운데에
물병에 꽃아 붉은 하늘이
싫은 듯 붉게 보이는 듯한
백합꽃을 한없이,
한없이 그대 얼굴
상기시키며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