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너의 그늘
하나
한때는,
하늘빛이 온통 쏟아 내리는 샛강가에서
매일처럼 자라오르는 쇠별꽃을 기르던,
설레임의 유년이었다.
여린 빛으로 세상을 비추어가면
두려움 같은 먹구름이 해를 가리고
울음같은 바람이 날 쓰러뜨리던 때
나의 맡에 놓여진 건,
너의 그림자였다.
여느 고목 무성한 가지 그림자새로
언뜻 언뜻 느끼던 너의 그늘이었다.
둘
해가 오르면 풀잎마다 새겨진 이슬을 따다
네게 보여주려 했지만,
난 미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너의 눈물이
이슬보다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상한걸,
너의 그림자가 보이질 않아
나도 어둠을 사랑할만큼 자랐는데
왜 너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일까?
난 너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널 감싸는 깜깜한 불꽃처럼 넌 말이 없었다.
셋
두손 꼬옥 잡고도 춥기만한 가슴으로
처음 일몰을 보았던 날
너의 그늘은 밤의 빛에 묻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