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이 그랬다.
행복은 행복의 부재에서만 가능하다고.
사실이 이렇다면, 나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행복의 부재 또한 거부한다.
불행보다는 행복없음을 바란다.
불행은 어쨋든 악이다.
황폐한 정서와 함몰된 감정만이 남게되는 불행을 나는 거부한다.
설혹 불행 후에 더 큰 행복이 도래한다 해도.
지금의 나는 그렇다.
행복을 내세운 모든 사상과 제도가 불행을 먼저 선사한 것은 물론 잘못은 아니다. 불행 후에 행복이 도래한다 했으니, 불행을 실감케해야 행복을 참으로 느낄 것이므로.
그래서 나는 행복을 보장하는 사상과 제도를 일단 경계한다. 대중에게 불행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더더욱 그렇다.
하나, 행복을 겸손한 사상과 제도는 그것으로서의 생명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니 딜레마다. 어쩔 수 없는 일. 인간,인간사회의 불완전함 탓으로 돌릴 밖에.
행복을 말하다 사상과 제도라는 곁길로 빠졌다.
요는 행불행을 간단히 규정하거나 개념하건, 꿈꾸지 말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