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에 걸쳐 쓴 저의 부산 여행기를 드디어
하나로 합쳤습니다. ^ ^
괜히 뿌듯하네요-
잘 쓴것도 아닌데.. 뿌힛
이미지도 함께 올렸는데.. 부산역 말고는 전부 안보이네요 ㅜ .ㅜ
이미지가 안보이신다면.. 글구 보고싶으시다면
http://www.cyworld.com/sodasky
여기루 가보세요~
홈피에 올린 거는 보이네요-
오픈한지 얼마안되서 허접하지만
이기회에 문사여러분이랑 일촌두 맺구 더 친해졌음하는 소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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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는 소소한 일들,
그 간의 힘든 기억들,
모두 떨쳐버리려 무작정 새벽열차에 올랐다.
대전 출발 시각 12시 25분, 부산 도착 시각 4시 남짓..
출발 전에 덜컥 겁이나기도 했다. 나혼자 여행이라니..
집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며, 학교 다니고 있긴 하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혼자 가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마음을 졸이며 기차에 올랐고, 기차는 나를 한없는 어둠으로 데려갔다.
부산역은 굉장히 컸다. 막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서 잘 몰랐지만
여행을 마치고 다시 간 부산역은 정말 크고 멋있었다.
Bexco 인가?? 하는 부산의 컨벤션센터 건물과 비슷한데 건물 전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내부의 모습이 모두 보이고, 했빛이 눈부시게 반사되었다.
부산의 광활함과 웅장함을 닮은 건물이었다.
<부산역>
계획은 맨처음 해운대에서 일출을 보는거였다.
그런데 웬걸..5시가 첫차라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주위가
환해져 있었다...... 어짜피 못보았을 일출이었는데
괜히 제시간 보다 늦게 도착한 버스의 기사아저씨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니 바다가 드문드문 보였다.
뛰는 가슴을 안고 버스에서 내렸다.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지...
하늘을 닮은 시원한 바다가 내 눈앞에..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다가갔다.
그 순간을 마음껏 느끼고 싶어서..
<해운대와 동백섬>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무리들 몇과
다정한 연인들..
근처 아파트 단지에 사는 듯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
굽이 높은 샌들이 모래알들 속으로 푹푹 빠지는 감촉이
너무 좋았다.
모래의 감촉에 유혹당한 나는 아예 샌들을 벗고
백사장을 걸었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가 신기했다. 정말 당연히 치는 파도라고 생각했던 파도인데,
내가 모르는 사이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는 자연현상들이..
내가 자거나 놀고 있을 때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들의 활기찬 운동들이
문득 신기했다.
난 정말 작은 인간일 뿐이다.
파도가 매번 같은 양의 운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내 발목까지 왔다가... 혹은 내발에 미치지도 못하다가 가끔
내 무릎까지 와서 치마를 모두 버려놓기도 했다.
해운대의 공기와 파도와 모래를 모두 즐긴 후
난 후회스러웠다.
신발은 왜 벗은거야 ㅜ. ㅜ
화장실에서 씻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문득 배가 고파 근처의 한 분식집에서
육계장을 먹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먹는 혼자 아침은 야릇한 감정을 갖게 했다.
그 때서야 내가 낯선곳에 와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어서오세요가 아니라.. 어서오이소라고 하는 사람들.
아침으로 김밥을 먹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아저씨무리들..
왜 그게 그렇게 생소했는지...
어쨌든 푸짐한 육계장은 나의 속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동백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버스를 타고 오며 본 동백섬 입구..
문득 생각난 노래가 있었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어릴적 아빠가 잘 부르셨던 노래인데..
아빠 노랫 소리를 들은지도 참 오래다.
가끔 박자를 놓치시긴 했지만 노래하는 거 참 좋아하셨는데..
언제부턴가 노래를 잘 안하신다.
아빠랑 노래방에 안간지도 오래됐고...
동백섬이란 이름이 상기시키는 추억과, 얼마간의 환상을 안고
도착한 동백섬은 환상의 섬은 아니었다.
모래가 퇴적되어 섬이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라고 했고,
최치원 선생의 유적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나의 맘에 든 것은 동백나무가 정말 많은 섬이라는 것이다.
해송과 사이좋게 어울려있는 동백나무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었다.
봄이 오면 붉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동백섬은 붉은 섬이 되겠지..봄에 다시 와야지... 생각했다.
거기도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조깅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하는 많은 사람들.
참 인상깊었던 건 벤치에서 물구나무 서 계시던 아저씨이다.
기대지도 않고 약간 몸을 둥글게 휘어 그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몇년을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웰빙!! 이곳 부산에도 정착해 사람들을
부지런하게바꾸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화장을 했다.
우리나라가 수도시설이 잘 되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다음 예정지는 자갈치 시장이었다.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 망설이다가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해운대에서 자갈치 시장 가는길은
부산역에서 해운대 가는 것보다 훨씬 멀었다.
부산역을 지나치고도 한참 더 갔으니까..
기차에서 잠을 제대로 못잔 나는 목을 꺾고 꺾기를 반복했다.
맨 뒷자석에 앉길 잘했다.
흡사 cf의 한장면 같았을 것이다.(모 커피 광고 있죠 ㅋㅋ 둘이좋은이유)
창문에 머리를 수없이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하다보니 자갈치시장이 있다는 남포동에 다다랐다.
어리버리 둘러보다 한정거장을 지나쳐서
기사아저씨가 종점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내려주셨다. 자갈치시장의 위치까지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내려 도착한 자갈치 시장은 어마어마했다.
<자갈치시장 전경>
<자갈치시장 입구>
<자갈치시장 내부>
이제까지 가 본 시장 중 가장 컸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표준말로 하면 오세요! 보세요! 사세요!.
왠지 친근감이 없다.
부산말은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유난히 해산물을 좋아한다. 바닷가에 살아서인지..
바닷가에 산다고 모든 사람이 해산물을 좋아하는 건 아닐테지만..
나의 해산물 사랑은 지독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진 싱싱한 해산물들은 정말이지
나를 행복 속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많은 해산물을 앞에두고 그것들을 맛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서럽긴 했당 ㅜ. ㅜ
얼마 없는 돈도 다 쓴데다 시장에서 혼자 회를 먹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처량했다.
방대한 해산물 시장을 빼면 자갈치시장도 다른 시장들과 비슷했다.
반찬가게, 떡가게, 채소상들, 잡화상들..
다리가 슬슬 아파진 나는 자갈치 시장을 빠져나와
남포동 거리로 향했다.
그곳은 piff광장도 있고 국제시장도 있다고 들었었다.
piff광장이 뭐하는 데인줄도 모르고 나는 무작정 pifff광장을 찾았다.
piff광장이 무지 큰 광장일 것이라 상상한 나는
piff광장을 찾고 실소를 터뜨렸다. 길거리에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피프광장>
<피프광장의 무대>
내가 사는 곳의 청소년의 거리쯤 되는 것 같았다.
무대가 세워져 있고, 몇몇 사람들이 공연준비로 바빴다.
길거리 문화의 장이라고 하면 될까.
다리가 계속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와서
편하게 앉아있을 까페를 찾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까페들이 오픈준비를 하고 있었다.
계속 거부당하다가 마지막으로 간곳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소품하나하나가 예뻐서 눈길이 가고,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
안쪽에 자리를 잡고 딸기쉐이크를 시켰다.
딸기쉐이크 양도 많았지만, 딸려서 나온 과자와 사탕에 마음이 뺐겼다.
많이 걸어다녀서 인지 위가 허전했기 때문이다.
딸기쉐이크보다 과자와 사탕을 더 맛있게 먹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보고, 아는 사람들에게 엽서와 편지를 썼다.
조용한 음악 속에 무엇에도 방해 받지 않는 그 시간의 평온함은
엔돌핀을 끊임없이 솟게 했다.
다시 부산에 간다면 꼭 그 까페를 찾을 거다.
그 다음 목적지는 태종대,
전망대라는 것만 알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조건 사람들한테 물었다.
몇사람에에 물은 끝에 태종대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태종대로 가는 입장료는 600원.
표를 끊고 낑낑대며 언덕길을 올랐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내 옆을 차들이 쉬 하며
지나쳐갔다.
올라가면 뭔가 있겠지 하고 계속 올라갔는데, 어라...
내리막길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색 바다를 맘껏 느끼며
나는 아무생각없이 내리막 길을 내려갔다.
조금 가다보니. 등대입구라는 표시가 있었다.
등대?? 아까 내리막길 내려오다 본
그 등대에 올라갈 수 있는 건가??
하는 마음에 기대감이 밀려왔다.
몇분을 내려갔는데, 등대로 연결된 곳은 없고,
절벽이 나왔다. 바닷가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조그만 섬도 하나 보이고...
나중에 알게 된바로.. 그 섬이 주전자 섬이라나...
<가보고싶던 등대>
절벽위는 한창 공사진행중이었는데, 무슨 공사인 줄은 모르겠다.
화장실도 만드는 것 같고,
옆에 어떤 아저씨라고 하긴 젊고, 학생이라고 하기는 늙은
사람의 말을 들을니 공사하기 전의 모습이 훨씬 운치 있었다고 한다.
괜히 건드려서 좋은 경치 다 망쳐 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가보다 하고, 다시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가 참 무거웠다.
계단을 다 오르고, 가던길을 계속 가다보니 전망대가 나왔다.
날씨가 좋으면 일본의 대마도까지 보인다던데,
안개가 뿌옇게 끼어 대마도는 볼 수 없었다.
<전망대에서 본 바다>
대신 안개 낀 모습이 참 예뻤다.
바다도 깨끗하고.......
혼자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왔다.
내가 본 좋은 것들을 같이 추억하며 이야기 할 사람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 섭섭했다.
연신 같이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가라앉은 기분을 데리고
다시 출구로 향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다른 명소를 찾기는 힘들것 같아
숙소를 찾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다시 남포동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간곳은 부산대.
그 부근에서 잠을 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부산대를 구경하고파서
350원을 내고 부산대 순환버스를 탔다.
부산대도 다른대학보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학교안에 계곡이 흐르고
우리 학교 보다 더 많이 경사졌다는 점.
그리고 영어로 주문을 해야하는 식당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부산대 내의 식당>
맞다. 그리고 말많은 부산대 학생들.
순환버스를 탔는데,거기에 탄 학생들이 재잘재잘 끝이 없다.
우리학교 셔틀버스를 타면 거의 모두 조용히 있거나
작은 목소리로 말을 나누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은 드문데,
모든 사람이 신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재미있었다.
덕분에 한 장소에서 부산 사투리도 실컷 듣고 ^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몇몇 경상도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생각나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짧은 부산대 구경을 끝내고,
사람들에게 찜질방이 어디있냐고 물었다.
찜질방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부산대 주변을 몇바퀴 돈 끝에
나는 지친 몸을 찜질방에 들여놓을 수 있었다..
찜질방은 크기가 그리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아주머니 한분만 계셨을 뿐이다.
부산사람들은 찜질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날씨가 더워서거나..하고 사람이 없는 이유를 혼자 지레짐작했다.
찜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 휴게실로 갔다.
휴게실에는 티비 한대..그리고 만화책이 벽면가득 꽂혀있었다.
만화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몸이 무겁고 나른해서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잠시 후에 커플 한쌍이 휴게실로 왔다.
잠결에 들은 여자의 부산 사투리가 너무 귀여웠다.
정신이 들었다...잠이들었다.. 여자의 목소리가...들리다..말다..했다.
근데 그 여자분이 티비 채널을 돌리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다.
난 그 정신에도 그 여자분에게 티비 채널 돌리는 방법을
가르쳐주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근데 여자가 너무 말이 많다.
첨에 귀엽게 들리던 목소리에 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윽.. 안되겠어.. 하며 난 찜질방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몸이 욱신거렸다.
거기에 아주머니가 주무시고 계셨다.
조용한게 좋아서 이불을 덮고 누웠다.
다시 스르르르..........
갑자기 문자가 띵동-
눈을 뜨고 문자 확인하고 답장하고
갑자기 찜질을 하고 싶어
황토방인가?? 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따뜻허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좋았지만
거기서 잠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나와서 아까 그자리에 누웠다.
잠이 들무렵... 또 다른 커플 등장.. 더 닭살맞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 우 씨 이 ㅠ . ㅠ
그러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아침에 일어난 나는 깜짝 놀랐다.
옆에서 웬 남자가 코를 골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이 사람 머야~ 다른데 자리도 많은데 하필...
기분 상해서 얼른 나와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원래 계획은 새벽 일찍 찜질방에서 나와
금정산에 올라 일출을 볼 계획이었는데..
나에게 잠은 정말 필요악이다 ㅜ . ㅜ
부산대와 굿바이하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범어사로가는 지하철을 탔다.
부산대역과 한정거장 차이였다.
범어사는 금정산에 있는 큰 절이다.
<하늘에서 본 범어사>
나는 절을 좋아한다.
절은 세상과 정말 먼 곳 같기 때문이다.
절 주변에는 모든 것이 깨끗하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모든 것이 평온하다.
범어사의 크기는 합천에있는 해인사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것 같다.
해인사에 가본지 오래되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절 구경을 마친 후
속이 허전해서 절 입구에서
"아가씨 떡사세요~!" 하며 웃으시던
아주머니에게서 떡을 사서 사이다와 함께
먹었다. 혼자 먹어도 어찌나 맛있던지...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그 떡을 모두 파셨을까...
산더미 같은데, 사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했다.
절에 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조금 더 사드릴 걸 그랬나.....
<범어사 입구-떡아주머니 있던자리^ ^>
떡에 기운을 차린 나는 다시 가방을 들고
산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금정산은 800미터 정도로 그리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한국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산 아랫쪽에 큰 바위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건 산 위쪽에서 굴러온 자갈이나 모래가
합쳐져서 큰 바위를 이뤄서 그런다고 한다.. 별로 이해되진 않았다.
지구과학이나 한국지리공부를 더 열심히 해둘걸 그랬나...
어쨌든 산 위쪽으로 갈 수록 돌들이 점점 작아진다고 했다.
또 표지판을 보니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하는 법도 설명되어 있었다.
잎이 두개씩 붙어 있으면 소나무, 잎이 다섯개씩 붙어있으면 전나무..
그다지 필요한 지식 같진 않았지만 머리 속에 넣어두고 출~발
등산로가 뚜렷이 있는 건 아닌데
바위마다 노란 화살표가 되어있어 길을 찾기 쉬웠다.
스님 중의 한 분이 해 논 듯 한데..
화살표를 일일이 그리며 산을 오를는 게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살표를 쭈욱 따라가다 보니 원효암이라는 암자가 나왔다.
원효스님이 참선을 한 곳인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내 키의 두배나 되는 바위를 올라가려 낑낑대야 했다.
어느 새 신발은 벗어 던지고 오로지 저 위를 올라가겠다는 신념아래
이바위 저바위에 매달린 결과 땀을 많이 쏟긴 했지만
그 돌덩이에 오를 수 있었다.
손이 아파 투덜댄것도 잠시
난 내 앞에 펼쳐진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시야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트이며 눈이 밝아짐을 느꼈다.
앞도 푸르름.. 뒤도 푸르름...저 멀리는 한눈에 보이는 부산시가지..
앞뒤로 금정산이 모두 보였다.
이제 생각하니 꽤 높이 올라간 것 같다.
수많은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혹처럼 튀어나온 바위들 중 하나에 내가 올라갔나 보다.
겁없이 그 바위위에 서서 팔을 벌리는 내 모습..
며칠 전에 상상도 못했던 내모습이다.
미풍에 슬쩍 흔들리는 내 몸....난 맨발의 자유인이었다. ㅋㅋ
혼자보기 아깝단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다음에 나의 소중한이를 데리고 가야지...
아쉬움과 함께 바위를 내려왔다.
올라가긴 그리 어렵더니 내려오는 건 한 순간이다.
그리고 다시 혼자 내려오는 길..
소중한 사람들에게 쓰던 엽서를 마무리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넙적한 바위 하나 골라잡아 의자 삼아서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흥분상태의 내 마음이 오롯이 엽서에 담겼다.
소중한 사람들과 여행 추억을 같이 나누는 수단으로 택한 엽서..
어느 날 배달된 엽서에 담긴 여행 향기...낭만적이라 생각했었다.
내가 동경해 오던... 꼭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엽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쓰는데
어떤 여자분이 올라가시며 멋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짐+부끄럼 현상이 일어났다.
다시 그 여자분을 쳐다보는데 그 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여자분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
범어사 입구까지 내려와 아침 겸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기념품이나 음료수등을 같이 파는.. 절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식당이었는데
그런 곳에서 밥을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비빔밥이 가장 비싼 4000원이었는데
정성이 듬뿍 들어있어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는 내 손발이 후들거렸다.
산행에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것이다.
더 많은 곳을 돌아보고 오후늦게 갈 생각이었지만
너무 지친 상태여서 엄두를 내지 못했기에
낙동강에 가보고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나의 짧은 생각에 지금은 따뜻하니까 철새가 많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부푼가슴을 안고 하단역에서 내려
낙동강 하구둑까지 갔다.
근데 새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대체 철새는 언제 오는거야...누가 좀 알려줘요..!- !
<철새도래지-어떻게 하면 갈 수 있지??>
터벅터벅 다시 발걸음을 지하철역으로 옮겼다.
낙동강 하구둑도 고향집 근처에 있는 영산강 하구둑과 별다른게 없었다.
규모가 더 컸다 뿐이지..
여행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다시 부산역...
3분만 일찍가도 바로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3분때문에 두시간을 기다려 기차를 타야했다.
엽서를 넣을 우체통을 찾느라 시간이 약간 지체되서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하며 무작정 앉아서 기차시간을 기다렸다.
역에 있는 티비에서 프랑스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일본어 자막으로 된...
난 심각하게 화면을 바라보며 아는 문장이나 단어가 나오면
심하게 기뻐했다 ㅋㅋ
그것도 싫증이 나던 차에 내 뒤에 어떤 부부가 앉았다.
부산 사투리로 마구 싸우고 계셨다.
싸우는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너무 재밌었다.
어쩜 같은 나라에서 이렇게 말이 다르지....
싸움 소리도 싫증이나면 책을 읽고 책 읽는게 싫증이 나면
프랑스 영화를 보고.. 싫증나면 싸움소리를 듣고 하다보니
어느 새 기차시간이 다가왔다..
부산.. 안녕...
멀어지는 부산을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왔다.
생애 처음으로 혼자 해 본 여행이 성공한 것이다.
물론 후유증을 겪긴 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꿈 속에서 헤매야했던 것..
#부산 여행, 그 후...
벌써 내가 부산 여행을 하고,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여행을 다녀 오면 내 일상이 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난 예전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한치도 달라진 게 없는 생활...
하지만 그 여행을 떠올리면 나는 다시 심장이 마구 뛴다.
새벽기차..나의 눈앞에 펼쳐지던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그 때 했던 많은 생각들...
파노라마가 되어 끝없는 상념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홀로 여행에 혹 무슨일 있을 까 걱정하던
나의 사람들 생각때문에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찬다.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들...
그것들은 사는 동안 나의 심장을 더욱 활기차게 뛰게
할 것이며 또 다른 여행으로 나를 이끌겠지...
여행은 쉼표이며, 오아시스라고 생각한다.
문장에서 쉼표, 사막에서 오아시스가 없으면... 숨이 막히거나
목이 마르거나.. 하는 것처럼.. 인생에서 여행은 숨통이 트이게 하고
목을 축여준다.
짧은 문장력으로 내 여행담을 여태껏 쓰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21세의 여행의 기억을 하나라도 놓치기 아까웠고
몇몇의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재미없었더라도 이해 바라는바이다.^ ^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