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읍산! 소시적 공격 방어가 연결되는 야외 훈련때 나의 상황판에 끼여 있던 오만분지일 군사 지도상에는 주읍산 이라는 삼각점이 찍혀 있었는데,더구나 지난번 천서리 파사산엘 다녀온후 퍼뜩 생각이 나서 근 한달은 좀이 쑤셔 오다가 드디어 오늘 희미 하면서도 또렸해 지는 이십대 초반의 기억들 속에서 테마 산행을 떠나게 된것이다.
양평읍 동남쪽에 위치한 추읍산은 지형도상에는 주읍산으로 표기 되어 있는데 이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추읍리가 주읍리로 바뀌면서 산 이름도 바뀌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 산을 칠읍산이라 했는데 정상에 오르면 양근,지평,여주,이천,양주,광주,장호원등 일곱게 읍이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지금도 이 지역에 가보면 주읍산이란 광고문은 전혀 없고 모두 칠읍산이라 써 있다.
산 모양은 전북 진안의 마이산 같이 생긴 투구 모양의 밋밋한 산인데, 또 어떻게 보면 개나 고양이가 용문산 쪽으로 앞 발과 머리를 향하고 기지개 켜는 형상 이기도 하다. 정상의 산 허리가 잘록 하고 왼쪽 봉우리 보다 오른쪽 봉우리가 조금 더 높은 두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다. 양평읍에서 군내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용문행 버스를 이용해서 삼성리에 하차 하면 된다. 여름이면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신내천을 건너 마을 구판장 옆길로 들어가 산행을 하게된다. 등산 코스는 삼성리ㅡ질마재ㅡ주읍산(해발583메타)인데 날씨가 덥지 않고 부지런히 오르면 1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다.우리는 처음 오르는 산이라 오던 길로 되돌아 가는 원점 회귀코스를 선택 하였다.
발길이 뜸한 산이라 예측 되어 (동네 사람들도 등산로를 잘 모르고 있음) 표지판 설치가 부실 할것 같아 아예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 여쭈어 확실하게 등산로를 숙지후 출발 하였다.
10:30. 비가 온 뒤라 잔뜩 물 먹은 파아란 벼를 보면서 논두렁 길을 지나 실 개천이 졸졸 흐르는 옆 등산로를 따라 가는데 풀이 무성해서 옷이 젖는다. 참나무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고 물이 많은 산인것 같다. 이쪽 저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즐겁고 또 더위를 식혀 준다.
10:40.7275부대 경고 표지판(진지 접근금지)이 있고 소나무가 울창 하다. 하얗고 붉은 색의 작은 꽃잎이 등산로 주변에 뿌려져 있는데 칡꽃 이였다. 땅 속에 있는 칡 뿌리가 옆에 있는 키 큰 나무를 타고 꽤 높이 올라 갔는데 비가 오니까 땅으로 떨어져 흩 날린 것이다. 마치 결혼 식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축하의 꽃잎 이였다.
10:50. 20분만에 첫 휴식을 취하였다.땀이 잘 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기온이 오르면서 무더워 수건으로 자주 닦아야 했다.배낭을 벗어 나무에 걸어 놓고 앉지 않고 서서 쉬었는데 귤 하나씩 껍질을 까서 입에 넣었더니 평소 먹던 귤 보다 더 달고 맛이 있었다. 정상을 향하여 왼쪽으로 꽤 큰 소리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10:55. 휴식을 마치고 출발 하였는데,5분쯤 오르니까 이번엔 오른쪽에서 계곡 물 소리가 제법 크게 좔좔 소리를 낸다. 웽웽 거리는 산 모기가 무얼 먹어 보겠단다.우리가 흘리는 땀내가 식욕을 돋구었나? 에어 파스를 꺼내어 푸- 뿜었더니 우루루 도망 간다.그래도 날쎈 놈들이라 팔과 얼굴이 삘긋삘긋하다.
11:15."질마재"에 도착 하였다. 지금까지 올라온 계곡 길에서 우측 능선으로 올라 서는 언덕 이였다. 옹달샘이 하나 있는데 비가 온 뒤라 먹지 않았고 나무가 울창해서 무척 시원 하였다.
11:25분. 6-70도의 급경사를 이루면서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는데 단풍 군락지가 나타났다. 애기 단풍 이였다. 지금은 연초록 이지만 가을이면 틀림없이 빨간 단풍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께다. 전남 백양사 진입로 애기단풍과는 비할바 못되지만 막 태어 난 물애기(갓난애기-제주방언) 의 여린 손 바닥 같아 안쓰럽게 두손으로 곱게만져 본다.
11:50. 넙적넙적한 돌이 흩어져 쌓여 있는 너덜지대가 나타 났는데, 무등산 너덜지대와는 어림 없지. 흉내만 낼 뿐이다.
12:15.정상.내리,삼성리 등산로 표지판이 설치 되있다.참 오랫만에 보는 표지판이다.
12:17.원형평지. 깃발 없는 높은 대가 꽂혀 있어 정상인가 했더니 저쯤에서 "거기 정상 아닙니다. 여기가 정상입니다" 한다. 20메타쯤 가서 두어 발짝 올라서니 양평 읍내가 보였다. 다른 지역은 나무와 흐린 날씨로 시계가 좋지 않았다. 지적 측량차 올라온 분이였다. 반가웠다. 이 산중에 사람을 만났으니.안테나 같은 시설물 밑으로 "주읍산(추읍산)안내 판이 세워 있다. 이 분들이 빌려준 넓은 비닐을 깔고 일행 네명이 신을 벗고 편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이 지역에 사는 분인지 한 분이 올라 오셨고 한 참 있다가또 한 분이 오셨는데 십여분 후에 그 일행 세분이 더 올라와서 이 시간 현재 주읍산 정상에는 모두 11명이 옹기종기 앉았다.
서기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 출생 시인 단테의 신곡은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전체적 움직임을 언제나 높은곳을 지향하고 있는데 연옥의 정죄산 꼭대기에 있는 지상 낙원을 향하여 일곱개의 언덕을 오를때마다 이마에 있는 죄악의 글자(p)를 천사가 떼어 주는것처럼 ,산에 오른다는것이 어쩌면 우리들의 신앙생활과 같으냐 하는것이다. 단 숨에 오를수 없고 조금씩 나아 가야 하고 땀 흘리며 고통을 참아야 하는것이.힘 들때면 그만 갈까 마음이 약해지고 머리 속에선 항상 두 생각이 싸우게 되지만 드디어 정상에 올랐을때 지난 시간들은 다 사라지고 해 냈다는 기븜이 넘쳐 흐르며 하나님의 그 조화로우심을 만끽하게 된다.살랑이는 바람에 떠 가는 한 조각 구름도 사랑스러워 진다.
13:00. 현재 양평 기온 29.8도. 그러나 무성한 나무 그늘과 시원한 산 바람에 체감 온도는 훨씬 낮다. 하늘을 보고 누워 보니 눈이 스르르 감기려 한다. 계속 휴식 하다가 14:10분, 땀 흘리며 오르던 길을 되 새기며 서서히 하산의 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