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늘어진 두 사람의 몸 위에 가장 먼저 손을 얹은 것은 파리들이다. 피 냄새와 그 맛을 쫓아 온 파리들은 사고를 당한 이들의 몸 여기저리로 옮아가면서 빨판을 바쁘게 움직인다. 뒤미처 달려 온 몇 마리의 파리가 쓰러져 누운 이들의 감겨진 두 눈의 눈두덩과 눈시울 눈썹을 짓밟아대고 있지만 이들의 눈꺼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자, 물러들 나세요! 예? 자, 물러들 나시라니까요!\"
구급차의 경적소리가 네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차에서 내린 구급대원 두 사람이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쓰러진 이들을 차 안으로 옮겨 싣는다. 몇 마리의 파리가 아직 식욕을 다 채우지 못한 듯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자세를 낮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들과 강 도시와 온 산하를 굽어보는 그 파란 눈은 기쁘나 슬프나 변함없다. 죄와 벌의 무게를 가늠하는 천칭이 좌우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고 다만 올바르게 자리잡기를,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리도록 푸른 눈을 뜨고 땅을 내려다본다.
구급차가 사고 현장인 네거리를 뒤로 하고 출발, 차에 실린 이들의 목숨이 초를 다툰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적소리를 하늘 높이 울린다.
이윽고 네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경찰차가 구급차와 빠르게 교차한다.
\"사고 당사자가 누굽니까?\"
차에서 내린 경찰이 초동수사 일지를 받쳐들고 소리치자 네거리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거리에는 덤프트럭 운전자 한 사람만 사선에 세워 놓은 표적처럼 드러난다. 그는 마치 백년 세월을 견뎌 온 솟대바위같이 얼굴과 온 몸이 검다.
\"사고가 어떻게 난 거야?\"
\"예, 저......\"
\"똑바로 말해. 나중에 피해자들이 재수사를 요청해서 일이 복잡해지지 않게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란 말이야.\"
\"아, 저 그러니까 어떻게 된거냐면 말이죠.\"
덤프트럭 운전자는 자신이 차를 몰고 달려 온 방향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는 아직 일으켜 세우지 않은 오토바이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아, 제가 이쪽에서 진행해 오고 있는데 그러니까 이 네거리죠. 네거리에서 사방 경계를 하지 않은 저 오토바이가 직진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서로 이미 피할 수 없는 거리까지 도달했고, 결국 오토바이가 제 차 범퍼를 들이받고 나가떨어진 거지요.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이건 전적으로 오토바이가 잘못입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나 뒤에 탄 사람 모두 헬멧도 안 썼구요. 가까이 가보니까 술을 마셨는지 입에서 냄새가 났어요. 저기 보십시오. 제가 어디서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냐면 말이죠 오토바이와 부딪치기 전 이미 십 미터 전방에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오토바이는 앞만 보고 달린 겁니다. 네거린데 앞만 보고 달려선 안되잖습니까?\"
덤프트럭 운전자는 자신의 말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손짓 발짓을 아끼지 않는다. 잠시 경찰의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자신이 오토바이 운전자인 것처럼 스스로 손잡이를 만들어 그 진행방향과 부딪치는 순간을 보여주기까지 입술이 마르고 닳는다.
\"이봐. 당신 말만 들어보면 오토바이 운전자가 백 프로 과실이야. 그러니까 당신 말이 반대로 백 프로 과실을 숨길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구. 아, 저 여기 봅시다!\"
경찰은 덤프트럭 운전자를 뒤로 하고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목격자 있습니까? 사고를 당해서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을 생각해서 이 경위를 정확하게 말해 줄 사람 있습니까?\"
경찰의 눈이 네거리 주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 위에 탐조등처럼 비춘다.
이때 저마다 잊고 있던 어떤 일들이 생겨난 듯 사람들은 하나 둘 돌아서서 바삐 걸음을 옮긴다. 네거리를 바라보고 늘어서 있는 공구상과 자동차 수리센터 철골 절곡 공장 또 자동차 타이어 가게....... 잠시 멎어 있던 기계소리와 사람들을 맞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들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또다시 덤프트럭 운전자 혼자 네거리에 남아 사고 내용을 반복적으로 얘기한다. 그는 덤프트럭 운전자였다가 오토바이 운전자였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움직이기 바쁘다.
다음 3회....
함께 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 어쩌면 제가 오토바이에 탄 이들처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는데, 여러분을 통해서 다소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좋은 날들 되시기를......